따님 어록 이 글은 우리 집 큰 딸에 대한 실록이다 .   위대한 탄생 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자랑한 따님 . 뱃속에 있을 때부터 묵직한 발길질로 마눌님이 옆구리를 쥐고 쩔쩔매게 만들었던 바 , 한번씩 발길질을 할 때마다 마치 영화 ‘ 에일리언 ’ 에서 외계 생명체가 숙주인 인간의 배를 째고 나오듯이 겉으로 봐도 발 모양이 보일 정도로 강력한 킥을 구사하고는 했다 . 예정일이 다 되어 병원에 갔을 때 , 유도분만 한다고 촉진제를 2 대나 맞았음에도 엄마 품이 좋았는지 안 나오고 버티는 바람에 , 병원에서도 아직 아기가 작으니까 좀 더 있다 오라고 해서 집에 돌아왔었다 . 그 와중에 장모님은 애 잘 낳으라고 돼지비계를 마눌님에게 먹이기도 하고 그랬는데 – 그런다고 애가 잘 나올까 ? 배탈만 나겠지 – 도저히 나올 기미가 없어서 2 주 만에 병원을 다시 찾았더니 , 그새 애가 너무 커져서 자연분만이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제왕절개를 했다 . ( 그 사이에 스테로이드라고 먹은 거냐 ?) 그리고 그 결과는 신생아라고 보기 어려운 4.9 킬로그램의 초우량아 . 그 병원 생기고 최고기록이었단다 . 여담이지만 , 우량아 출신이었던 가수 노사연이 태어났을 때 4.7 인가 4.8 킬로그램이었다고 하니 그 위용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 득녀를 축하한다고 처이모가 ‘ 공주아빠 ’ 라고 하길래 , “ 애가 하도 커서 공주가 아니라 왕비 같아요 ”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   천재? 어렸을 때 , 천재 소리 한번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 어쩌다 한번 소 발에 쥐 잡는 식으로 똑똑한 소리 한번 하면 자기 자식이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건 모든 부모들의 공통점이겠지 ? 따님이 유치원 시절 , 길가에 전집류를 늘어놓고 파는 책장사를 보면서 지나가는데 , 뜬금없이 뭐라 뭐라 중얼거리더란다 . 무슨 소리를 하나 자세히 보니 , 책에 그려진 애벌레 사진을 보면서 ‘ 오령애벌레 ’ 라고 되뇌이더란다 . ( 마눌님도 그렇고 나 또한 그런 용어가 있는지 몰랐다 .)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기 전에 여러 번 탈피를 하는데 , 1 령 – 2 령 – 3 령 – 4 령 – 5 령 순서로 커간다고 하더라 . 여기서 ‘ 령 ’ 은 ‘ 연령 ’ 이라고 할 때의 그 ‘ 령 ’, 즉 ‘ 나이 ’ 라는 의미 . 어쨌든 그 소리를 들은 책장수는 “ 내가 지금까지 30 년 동안 책장사를 하면서 이런 천재는 처음 본다 ” 식의 개드립을 쳤고 , 그 결과 느닷없이 집에는 백과사전 내지 동물도감 류의 전집이 똭 ! 자리를 잡게 되었다 . 차마 가격을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당시 내 월급 한달치 정도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5 령 애벌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하자 . http://www.upo.or.kr/03inquiry/05_01_02_04.asp   등교 거부 아침부터 무슨 이유인지 골이 난 따님 ,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하더란다 . 그래도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하고 사이 좋게 놀아야지 하는 엄마의 설득에 준비물을 챙기긴 했는데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지 , 매우 무성의한 태도로 옷도 제대로 안 갈아입드란다 . “ 머리도 빗고 옷도 깨끗한 걸로 갈아입고 예쁘게 하고 가야지 ” 하는 마눌님의 충고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따님은 아래와 같은 대답으로 단호하게 거절을 하드란다 . “ 싫어 ! 드럽게 하고 갈 거야 .” -_-;;   심부름 이건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 하루는 앞집에 사는 아줌마가 애들 심부름을 시켰단다 . 5 천원을 주면서 두부 한 모를 사고 나머지는 과자 사먹어라 했단다 . 우리의 따님 , 동생을 데리고 슈퍼에 가서 과자를 한 보따리 사가지고 왔다고 … 그리고 심부름을 시킨 앞집 아줌마한테 가서 이렇게 보고하드란다 . “ 두부는 안 판대요 .” 어이가 없어진 앞집 아줌마 , “ 심부름을 제대로 안 했으니 과자는 무효 . 돈으로 바꿔와 ” 라고 했더니 , “ 한번만 더 믿고 맡겨주면 이번에는 확실하게 두부를 사 오겠습니다 .” 해서 따로 돈을 줬더니 다른 슈퍼에 가서 두부를 사왔다고 한다 . 심부름도 제대로 안 한 주제에 “ 두부는 안 판대요 .” 라고 보고하는 넉살도 어이가 없지만 , 더하기 빼기 셈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미취학아동 둘이 어떻게 딱 5 천원에 맞춰서 과자를 샀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바야흐로 취학아동이 된 따님 . 다른 아동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생활 계획표를 그려서 떠억하니 책상에 붙여놓았다고 한다 . 그 중에 등교에 걸리는 시간을 넉넉하게 30 분 잡아 놓았다고 … 참고로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빨리 걸으면 3 분 , 아이 걸음으로도 5 분이면 충분한 정도였다 . 마눌님 손 잡고 마트 가는 길에 “ 야 , 넌 무슨 학교 가는 시간을 30 분씩이나 잡아 놨냐 ?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린데 …” 라고 타박을 하자 , 갑자기 손을 뺀 따님 . 그 자리에 팍 ! 엎어지더니 버둥버둥하고 있더란다 . “ 봐 . 봐 . 안 닿지 ? 안 닿지 ? ” 하면서 …   알면서... 초등학생 시절 . 집에 전화를 걸면 , 따님이 쪼르르 달려와서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 반가운 마음에 “ 나현이 지금 뭐해 ?” 라고 물으면 , 고지식해도 너무 고지식한 우리 따님 . “ 아빠랑 전화하고 있잖아요 .” 라고 해맑은 목소리로 대꾸하고는 했다 . 글쎄 , 당연한 대답이기는 한데 어이가 없어서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를 몇 번 , 본인 입장에서는 뭔가 뻘쭘했나 보다 . 어느 날 집에 전화를 했더니 역시 전화를 받는 따님 . “ 지금 뭐해 ?” 라고 물었더니 우물쭈물 대답을 하지 않는 게 , 뭐라고 대답을 해야 아빠가 웃지 않을까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 결국 대답은 “ 아빠가 잘 알잖아요 .” 였다 .   부재중 따님이 낮잠을 자는 사이 , 마눌님이 외출을 했었단다 .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 서둘러 집에 갔더니 따님이 문을 열어주면서 눈을 아래위로 흘기더란다 . 그러면서 중얼거리듯 툴툴거리는 말이 , “ 어딜 가면 간다고 얘기를 하고 가야지 말야 .” 이런 식이었다고 … 마눌님은 어이가 없어서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었다고 한다 .   펭귄 초딩 3 학년 때 . 학교에 갔다 온 우리 따님 , 자기자랑에 여념이 없더란다 . 학급에서 퀴즈쇼를 했는데 , 다른 애들이 다 못 맞힌 문제를 자기 혼자 맞혔다는 얘기였다고 한다 . 마눌님 : “ 문제가 뭐였는데 ?” 따님 : “ 응 , 있잖아 , 펭귄이 산에 올라가서 뭐라고 했게 ?” 마눌님 : “ 답이 뭐였는데 ?” 따님 : “ 다른 애들은 야호 ~ 라고도 하고 뭐 여러 가지 대답했는데 다 틀리고 나만 맞혔어 .” 마눌님 : “ 너는 뭐라고 했는데 ?” 따님 : “ 내려가야지 .” 마눌님: -_-;;;   압박과 설움에서 초딩 6 학년 때 . 동생 친구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왔단다 . 따님 : “ 여보세요 ?” 동생 친구 : ( 느릿한 말소리로 ) “ 여 ~ 보 ~ 세 ~ 요 ~ 수민이 있어요 ~?” 따님 : “ 아니 지금 없는데 , 넌 누구니 ?” 동생 친구 : ( 역시 느릿한 말소리로 ) “ 아 ~ 그 ~ 래 ~ 요 ~? 저는 ㅇㅇ인데요 ~” 대략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지고 , 답답했던 따님 . 따님 : “ 야 , 같은 초등학생끼리 뭐 존댓말을 하고 그래 . 하지 마 .” 동생 친구 : “ 아 ~ 네 ~ 근데 ~”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면서 , 급기야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낀 따님의 분노가 폭발하는데 … 따님 : “ 야 ! 너도 동생한테 맞고 살지 ?” 동생 친구 : “ 어 ? 어떻게 아셨어요 ?” 따님 : “ 존댓말 하지 말라니까 …” 덩치는 동생 두 배쯤 되지만 깡다구에서 밀려 시비가 붙으면 오히려 등을 물리고 통곡을 한다든지 하는 수모를 여러 번 당했던 우리의 따님 . 어리버리한 동생 친구의 언행이 남의 일 같지 않았나보다 .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세월이 흘러 어느덧 중학생이 된 따님 .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문이 잠겨있더란다 . 마눌님이 애한테 열쇠가 없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외출을 했는데 , 그나마도 노량으로 놀다 오느라 거의 저녁때가 다 되어서 집에 오는 바람에 졸지에 갈 곳이 없어진 따님은 놀이터에 몇 시간이고 앉아서 고독을 씹고 있었다고 한다 . 뒤늦게 따님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난 걸 깨달은 마눌님이 허겁지겁 돌아와보니 따님이 집 앞 공원에 앉아서 눈물짓고 있었다고 한다 . 부랴부랴 미안하다 사과를 하고 같이 집에 들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 근데 , 공원에 앉아서 무슨 생각했니 ?” 라고 물어봤더니 , “ 남들은 다 엄마가 있는데 나는 왜 이럴까 ? 라는 생각을 했어요 .” 라고 대답을 해서 가뜩이나 미안한 엄마의 속을 한번 더 아프게 했다고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것도 중학생 때 . 그날따라 지각한 아이들이 많아서 열 받은 담임 선생이 지각한 아이들을 죽 세워놓고 한 명씩 볼을 꼬집으면서 “ 너는 왜 늦었어 ?” 라고 묻고 있었다고 한다 . 어떤 아이는 버스가 늦게 와서 , 어떤 아이는 늦잠을 자서 하면서 각각 핑계를 대는데 , 차마 때릴 수는 없었던 선생 , 볼을 아프게 꼬집어주는 걸로 체벌을 대신하고 있었는데 , 이윽고 따님의 차례 . 선생 : “ 너는 왜 늦었어 ?” 따님 : “ 아침에 똥 누고 오느라고 늦었어요 .” 너무도 당당한 대답에 선생도 빵 터지고 , 교실 전체가 폭소를 터뜨림으로써 따님 뒤에 서 있던 지각생들은 아무런 체벌도 받지 않고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한다 .   간통죄? 진통제?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온 따님 , 국사 시험문제에 대해서 마눌님과 얘기를 했는데 , 정답이 ‘ 연통제 ’ 였다고 한다 . 연통제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하자 . http://ko.wikipedia.org/wiki/%EC%97%B0%ED%86%B5%EC%A0%9C 그런데 , 답을 착각한 우리의 따님 , ‘ 연통제 ’ 라고 써야 할 것을 ‘ 간통제 ’ 라고 써서 틀렸단다 . 차라리 ‘ 간통죄 ’ 라고 썼으면 틀리긴 해도 단어 자체는 있는 말이니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 아무튼 어처구니없는 착각에 마눌님도 헛웃음을 짓고 있었는데 , 옆에 있던 작은 딸이 낄낄거리다 못해 아주 바닥을 뒹굴면서 숨이 넘어가게 찌개를 끓이고 있더란다 . 기가 막힌 마눌님이 빈정 상해서 작은 딸에게 “ 야 ! 너 간통제가 무슨 뜻인지나 알고 웃는 거야 ?” 라고 했더니 ,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작은 따님 왈 , “ 어 ? 그거 간 아플 때 먹는 거 아냐 ?” 라고 해서 한번 더 마눌님을 어이없게 만들었다고 …   뱀발 이것 말고도 주옥 같은 개드립이 많았으나 기억력의 한계로 일일이 다 기록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 아울러 어린 시절 천부적인 소질로 남을 웃기던 따님이 , ( 최소한 박지선 정도의 개그맨이 될 재능이 충분했음에도 ) 나이 먹어가면서 특유의 개그감을 잃어가고 있음이 또한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