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 바람이, 분다. 대관령휴게소 도착하기 얼마 전에 강릉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어 어젯밤에는 그 곳에서 잠을 잤다. 고지대라 밤중에는 기온도 뚝 떨어지는데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밤새 추위에 떨었다. 서쪽 하늘로 내려앉는 달마저도 시리다. 몇 번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새벽 4시 무렵 눈을 떴을 때 멀리 바닷가에서 미명이 비쳐오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깨 10분쯤 눈을 감고 있다 다시 눈을 떠 보면 사위는 조금 더 밝아져 있고 높게 뜬 구름은 조금씩 붉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4시 30분 무렵이 되자 옅은 안개가 내려앉은 산 아래 골짜기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멀리 동해에서는 서광이 비쳐오기 시작했다. 대관령은 연중 안개가 자욱해 일출보기가 쉽지 않다는데 태풍 덕이라도 본 것일까. 밤새 불어댄 바람 덕에 안개가 걷히고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멍하니 앉아 뜨는 해를 바라보는데 그 변화무쌍함이 신비로웠다. 안개와 구름의 색이 붉은색이었다가 잠시 후엔 주황색으로 바뀌고 산 아래 안개는 옅은 자주색을 띄며 넘실거리면서 얕은 봉우리들을 감췄다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차츰 밝아오더니 불덩어리 하나가 물속에서 떠올랐다.  그로부터 한 시간쯤 지나자 식었던 불덩어리가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고 그 볕 아래서 몸을 녹이다 잠들어 한 시간 후에 깨어났다. 아침 7시가 되자 이번엔 더위가 찾아온 것이었다. 밥을 지어 당귀 나물을 얹어 먹고 산에 올랐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당귀 잎을 조금 더 따고 아직 어린 잔나비걸상버섯 서너 개를 발견한 것이 다였다. 이상스럽다 싶을 정도로 더덕 한 뿌리 보이지 않았고 복령이 붙은 소나무도 찾을 수 없었다. 네다섯 시간 산을 돌아다니다 등산로에서 멀리 떨어진 계곡으로 들어가 몸을 담갔다. 물은 차가웠지만 한참동안 들어가 있어도 춥지 않고 시원했다. 어떤 식으로든 물이 몸에 닿으면 개운하고 피로가 풀린다는 느낌이 드는데, 바닷가는 먹을 것은 많지만 몸을 씻을 만한 곳이 없어 그것이 고역이고, 산은 먹을 것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고역이다. 바닷가에 있을 때는 밤중에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물을 끼얹는 것이 다거나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온 그대로 옷만 갈아입고 며칠을 지내기도 했었다. 계곡물이 흐르는 해변은 제주도 밖에 없는 건가? ㅎㅎ;;;ㄴ 몸을 씻고 시계를 봤더니 오후 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도시락을 싸온다던 아주머니들이 오후 1시 무렵에 도착한다고 해서 산을 내려가는데 등산로 초입에 도착했을 무렵 전화가 왔다. 훈이엄마. ㅎㅎ 훈이엄마는 오전에 잡혀있던 약속이 오후로 미뤄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안할 것까지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겠지요.’ 전화를 끊고 산을 내려오는데 산딸기가 눈에 띄었다. 고랭지산딸기라 그런가?? ㅋㅋ 크기도 크고 탱글탱글한 게 과즙도 많고 맛도 좋았다. 이렇게 세 번을 먹었더니 이가 시큰거린다 ㅡㅡ;;; 산딸기를 넉넉하게 따먹고 산에서 내려와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지는 않겠지만 물보라를 일으키며 높이 솟아오르는 커다란 파도를 혹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내려왔다. 어렸을 때 태풍이 부는 날이면 으레 기대했던 것이 방파제를 뛰어넘는 파도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았음에도 그런 파도는 딱 두 번 보았는데 그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파도가 얼마나 심장을 떨리게 했던지... 그렇게 파도를 보고나서 태풍이 오는 날이면 이웃 바닷가 마을로 달려가곤 했는데 대부분 갯벌이 드러난 썰물때에 태풍이 지나가서 실망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또한 밤중에 태풍이 지나가면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파도를 볼 수 없었지만 동해는 갯벌도 없고, 밤중에 바닷가로 나가지 못하게 말리는 부모도 내 옆에는 없다. ㅎㅎㅎ 경포대에 도착해 주변 마을을 산책하다 감자를 캐낸 밭을 발견했다.  굵은 감자는 모두 걷어가고 작고 못난 감자는 버려둬서 그것을 모은 것이 이만큼이다. 적어도 일주일은 끼니걱정 안하고 살아도 될 만큼 충분한 양을 주웠다. 앞으로 도둑질은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이렇게 수확하고 버려진 것들은 종종 거둬 먹으며 지낼 생각이다. 감자를 줍고 경포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사근진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주차장도 넓고 해변에 사람도 별로 없어 좋은데 문제는 주변에 물 나오는 곳이 없다. 화장실은 폐쇄 되었고 샤워장도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해변을 둘러봤더니 비단조개껍데기가 꾀나 많다. 씻을만한 곳은 없더라도 내일 아침에는 바다에 들어가 조개를 찾아봐야겠다. 감자와 조개면 밥 걱정은 끝은데 끈적거리는 바닷물 쯤이야 참을만 하지. ^^ 해변을 걸으며 이런 것도 주웠다. 수경, 썬그라스, 안경, 문어낚시. 문어낚시는 바늘을 꿰면 쓸 만할 테고 수경은 갖고 싶었던 것이었다. 수경을 쓰고 갯바위에 들어가 전복을 찾을테닷! ㅋㅋㅋ 안경과 썬그라스는 별 필요는 없는데 그냥 주웠다.ㅎ 그리고. 짜잔. ㅋㅋㅋㅋㅋㅋㅋ 파도에 밀려온 만원짜리 한 장. 이걸로 뭘 해야지.... 짜장면을 사먹을까. 막걸리를 사 마실까? ㅎㅎㅎㅎ 무튼 공돈이 생겼으니 고민을 좀 해 보십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인데 바람 끝은 여느 때와 달리 거칠다. 어민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거칠게 몰아치는 무시무시한 파도. 보고 싶다. 졸라.^____________^ 물레나물 꽃모양이 물레를 닮아 물레나물이란다. 무슨 꽃인지 몰라 책을 찾아봤더니 물레나물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었다. 물레나물은 항우울증치료제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가벼운 우울증에는 프로작보다 효과가 좋다고 한다.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물레나물을 달여 먹는 것도 좋은 치료방법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