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일지 (1. 비상장 주식) 과거에 연재했던 업무일지는 하나의 주제를 갖고 씹고 뜯고 맛보았지만, 이 번 컨설팅일지는 사례 위주로 접근한다. 물론 어떤 사례에서 어떤 주제가 튀어 나오던 기업과 기업가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주제들로 이어지니 꽤 광범위한 기업 경영과 경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질 것이다. 주식? 그거 먹는 건가? 주식(株式)은 기업의 주식(主食)이니 먹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 -_-; 주식에 대한 정의보다는 심오한 썩개로 시작하는 오늘의 컨설팅일지는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한 통에서 기인한다. 아는 형님 중 한 분인 J님의 친구 분은 가끔 내게 상담전화를 한다. 딱히 답례도 못하는데 미안해서 연락하기 뭐했지만 워낙 궁금한 게 많아서 참다못해 전화를 했다고 한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뭐 이 정도 인사치레라도 있으면 상담은 더 친절해 진다. “제가 기업의 대표이사로 있다가 그만두면서 갖고 있던 비상장 주식 1천주를 액면가대로 다음 대표이사에게 넘기고 나왔습니다. 액면가는 5천원인데 세무사의 얘기로는 8만 원 정도의 가치라고 하더군요. 뭔가 꺼림칙하기도 하고 해서 이게 잘 한 일인가 싶어 전화 드렸어요.”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위 문장에서 몇 몇 중요한 단어를 공부하고 가보자. ◎ 비상장 주식 : 상장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코스피나 코스닥 등의 주식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 주식이란 뜻이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주식회사들이 발행한 주식은 거의 비상장 주식이다. ◎ 액면가 : 주식을 처음 발행할 때 정했던 금액이다. 회사에 따라 만원이던 오백 원이던 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오천 원으로 한다. ◎ 세무사 : 기업의 세무를 대리할 수 있는 전문가로 ‘사’자가 붙은 만큼 시험 봐서 따야 하는 자격이다. 일반적으로 세무사무소에서는 기업의 기장 대리, 세금 신고, 세금불복 신고 등을 하며 자주는 아니지만 기업 경영진단(주식 등의 자산평가 외)을 하기도 한다. 전화 주셨던 분의 경우 주식거래를 했으므로 양도소득세를 냈어야 했는데 내지 않았고, 또한 주식의 제대로 된 가치인 8만원을 받지 않고 5천원의 헐값으로 팔았기 때문에 이는 증여로 간주해서 매우 많은 세금이 추징될 수도 있음 을 알려드렸더니… “억울하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나는 왜 상담할 때 마다 국가를 대신해서 욕을 쳐 먹고, 악인들을 대신해서 욕을 먹는단 말인가? ㅜ.ㅜ 삼성그룹이 에버랜드 비상장 주식을 통해 이재용에게 불법 증여를 했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얼마나 차가웠던가? 네이버에서 비상장주식의 거래라는 검색어 한 번 만 입력해 봤어도 됐을 일이다. 이번에 제대로 아셨으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고,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잘 알려주길 바란다. 그런데, 위의 경우 작은 중소기업이 비상장 상태이면서도 세무사가 자산과 손익을 통해 평가한 주식의 가치가 왜 이리 높은지 궁금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는 회계상 자산 관리가 부실하단 말이다. 예를 들어 150만원 주고 산 복합기를 감가상각 처리하지 않아서 몇 해가 지나도 계속 150만원으로 장부 상에 산정해 놓고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감가상각의 이해를 돕는 그림] 또한 제조업의 경우, 이제는 만들지 않는 제품의 부속품 등을 불용 처리하여 재고자산에서 삭감하지도 않는다. 쓸 수도 없는 부품이 버젓이 재고자산 1억 원 이렇게 장부에 관리되는 것이다. 이런 느슨한 관리 외에도 특히 건설업의 경우 기업의 실질자본금이 건설업면허를 유지하는 기준이 되므로 의도적으로 부풀려 만들어진 자산도 많다. 공사원자재 재고량을 부풀려 잡는다던지, 채권 및 주식의 보유량을 늘려 회사의 자산을 크게 만들어 놓는다던지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놔야 실질자본금이 면허를 유지하는 조건 이상이 되기 때문에 건설업 면허가 박탈되지 않아서이다. 이렇듯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작은 중소기업의 자산은 현실적인 회사의 재산과 달리 장부상으로는 부유(?)하게 된다. 게다가 조달이나 관납 등을 위한 신용정보회사의 평가, 융자나 출연자금 등의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회사의 결산은 언제나 흑자인 상태로 분식회계를 한다. 현실과 다른 빵빵한 자산 + 남의 눈을 속이기 위한 손익 조작, 결국 이것이 회사의 주식가치를 높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업의 주식과 회계 관리를 엉망으로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더 없을까? 물론 문제는 또 발생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명의신탁’이다. 명의신탁은 차명주식이라고도 하는데 주식회사 설립 시 창업자가 상법에 대한 무지로 스스로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실소유주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자신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로 등록해 놓는 것을 말한다. 중소기업에서 뭐 이렇게 주식 문제가 복잡하겠는가 싶겠지만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가끔 보면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는 이사가 5명 있어야 하네, 법인 자본금은 최소 5천만 원이어야 하네. 식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상식으로 법인을 설립하려는 경우를 보는데, 이렇게 무지한 사람들이 발기인이 1인만 있어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상법 개정 사항을 모르고 발기인 머리수 채우느라 명의신탁을 한 경우도 있다. 무식이 죄다. ㅜ.ㅜ 명의신탁을 하는 제일 흔한 경우는 기업의 주식을 오너가 많이 보유하게 되면 주식회사일지라도 개인의 회사로 보기에 법인뿐이 아닌 오너에게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걸 알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로 옮겨 놓는 경우이다. 3년 전 컨설팅 했던 건설업체 S가 이런 경우였는데, 당황스럽게도 명의신탁을 형제들로 해 놓아서 본인이 의도했던 세금 회피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특수 관계인의 주식은 결국 오너의 주식으로 보니까) 되려, 형제들이 주요주주이며 법인등기상 임원으로까지 등록되어 있어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융자를 할 때마다 보증을 서로 전국에서 쫓아오는 고생만 시킬 뿐이었다. 이 기업의 사장은 결국 명의신탁 주식을 회수해야 했는데, 고의로 세금회피를 생각했던 사람이 재무제표에 분식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다보니 회수해야 할 주식의 금액은 위에서 살펴봤듯이 터무니없이 크고, 당장 그 주식을 가져올 돈은 없고 해서 난처한 처지에 빠졌었다. 위 사례에서 신용보증기금의 주주 연대보증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최근의 연대보증 폐지에 따라 가족과 친척의 회사에 차명주식으로 인해 연대보증을 섰던 사람들이 연대보증에서 빠질 수 있게 됐다. 그 조건은 우선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있어야 하니 증여세든 양도소득세든 내고 주식을 처분하고, 그 회사에 임. 직원으로 일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타 직장의 건강보험 가입증명서 등을 신용보증기금에 제출하면 연대보증을 해제해 준다. 물론 법인등기에 이사나 감사로 등록되어 있다면 등기변경을 통해 등기임원에서 사임해야 한다. 나는 가끔 생각해 본다. 기업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무엇일까? 여러 가치가 있겠지만 도덕 그딴 거 다 필요 없고 납세의 의무 하나만 충실히 해도 그 기업가는 존경받아야 마땅하지 않나 싶다. 컨설팅을 하며 세금에 대한 바른 생각을 가진 사장을 만나는 일은 그만 큼 쉽지 않다. 가장 강력한 집단인 국가를 상대로도 밑장 빼기를 시도하는 사장이 직원이나 고객에게 도덕적으로 행동하리라 믿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내 형제, 이웃, 동문들 중에 흔하고 흔하게 많다는 현실에 컨설턴트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내 자신의 능력 없음임이 확인되는 것 같아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다음 시간에는 사장님들이 아셔야 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령에 의해 기업의 비밀을 지키는 방법과 더불어 월급쟁이들이 알고 있어야 할 투잡의 위험성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워크홀릭 @CEOJeonghoo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