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 五十川 통리역에서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38번 국도는 동해, 삼척으로 이어진다. 이 길 또한 백두대간을 넘어 동해안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고갯길 중 하나인 것이다. 애초에 계획한 것은 통리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태백으로 돌아가 정선으로 향하는 것이었지만, 더 이상 산에서 버티는 것은 무리겠다는 판단에 고개를 넘어 동해안으로 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고갯길을 내려와 도계역에 차를 주차시키고 잠을 청했지만 늦은 시간까지 역 주변은 주말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려 잠을 잘 수 없었다. 역 앞 벤치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 노래하는 사람, 시비 붙어 시끄럽게 싸움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다 늦은 시간에서야 잠이 들었다. 사북, 태백 인근은 해발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한 밤중에 추위에 떨었지만, 도계로 내려오자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웠다. 습하고 눅눅한 바닷바람이 느껴진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그렇지만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도계역의 아침은 고요했다. 새벽잠 없는 노파가 이른 새벽에 나와 싸락싸락 빗자루 질 하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 보았더니 새벽 다섯 시였다. 노파는 부스스한 얼굴로 차에서 내려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펴는 내가 마땅치 않아보였는지 실눈을 뜨고 나를 지켜보다가 ‘큼’소리를 내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할머니. 진상이긴 한데, 꽐라는 아니었어요.흐흐;;;’ 도계역 화장실에서 이런저런 볼일을 보고 느릿느릿 차를 몰아 삼척으로 향하는데 오른쪽으로 개천이 흘러 적당한 자리에 차를 주차시키고 물이 흐르는 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물도 깨끗하고 다슬기도 하나 둘 눈에 띄는 것이 하루를 쉬어가기에 적당해보여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개천은 38번 국도와 나란히 오십 여 번을 굽이쳐 삼척으로 흘러가는 오십천이었다. 내가 위치한 곳은 상류권이어서 물살이 세고, 물이 얕아 낚시를 하기는 어려워보였지만, 다슬기를 잡고 발을 담그기에는 그만일 것 같았다. 천변에 차를 세우고 어제 남겨두었던 밥을 곰취에 싸 먹고, 물에 들어가 다슬기를 잡았다.  쌈밥이 맛이 좋아. 음... 맛나.  오십천에서 잡히는 다슬기는 남한강에서 잡았던 다슬기와는 그 모양이 달랐는데, 섬진강에서 잡혔던 다슬기와 그 모양이 닮아 있었다. 개천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을 때 아저씨 두 사람이 그물과 데꼬(저 쇠막대기의 공식명칭이 뭐임? 노가다 판떼기에서만 굴러먹어서 ‘데꼬’라고만 알고 있네. 쩝;;)를 들고 개천으로 들어서서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그물을 펼치고, 한 사람은 데꼬로 바위를 들썩거리자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들었다. ‘역시 2인 1조가 뭘 해도 수월하구나. 야만인도 동료가 필요한 거야...;;;’ 자잘한 피라미, 동자개등이 바위틈에서 튀어나와 그물에 걸려들었는데, 잡은 것으로 어죽을 끓여 소주 한 잔 먹으련다고 말하는 아저씨의 표정이 벌써부터 기분 좋게 찡그려지고 있었다. “캬~ 이만한 안주가 없지.” ‘아... 쏘주...;;; 소주가 있다면 비리지 않을 수도 있지. 암만...쩝/쩝/쩝...;;’ 아저씨들은 바위를 들썩이며 고기 몇 마리를 잡더니 고기가 없다며 차를 몰아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나는 다슬기 두 홉 정도를 잡아 강물에 씻고 바로 솥에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물이 맑아 해감을 시킬 필요는 없어보였다. 삶아진 다슬기 국물을 먹고 남은 밥에 넣어 죽을 끓였다. 죽이 끓는 사이 다슬기 살을 발라 함께 넣고, 먹고 남은 곰취와 더덕을 다져 넣어 한소쿰 더 끓였더니 쌉쌀한 죽이 만들어졌다. 곰취와 더덕의 쓴 맛이 그닥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쩌겠나, 끓인 것을.  다슬기죽 한 그릇을 떠먹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하루를 보냈다. 구름을 받아주는 높은 산이 없어서 그런지 구름은 한 곳에 모여 비를 뿌리지 않고 흘러가고 흩어지고 사라져갔다. 그 때마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쪼였는데, 바닷가에서는 두드러기 대신 바늘 끝처럼 따가운 햇살이 기다리고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오소소 닭살이 돋아 올랐다. ‘어찌 되었건, 산보다야 먹을 것이 많을테지! ;;;’ 둥실 떠가는 구름보고 하늘거리는 나무보고 흘러가는 물 바라보며 하루가 지나간다. 다들 살아 있고, 그 틈에서 나도 산다. 산을 내려왔더니 한여름이 되었다. 매발톱 함백산에서 발견한 매발톱이다. 매발톱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데, 이름만큼 독한 구석 없는, 순해 보이는 꽃이었다. 꽃잎 끝에 꿀주머니가 매의 발톱처럼 생겼다 해서 매발톱 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