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 야생콩 자정이면 당락이 드러나겠지 싶어 졸린 눈을 꿈먹거리며 개표방송을 지켜보았지만 새벽 3시가 되어서도 경기, 강원, 부산의 결과는 드러나지 않았다.  드러날 만큼 드러났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지.  새벽 3시를 넘겨 잠이 들어 9시가 되어서야 눈이 떠졌다. 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짭짭’ 마른입을 몇 번 다셔 본 뒤 쌍용차서비스센터로 향했다. 문이 저절로 잠기는 증상과 창문이 올라가지 않는 것을 수리하는데 22만원. 쌍용차의 가장 큰 단점은 엄청난 수리비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 비용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는 없다. 두 시간을 기다려 차를 고치고 보조열쇠 하나를 만들어 차 바닥 후미진 곳에 끼워 두었다. 지난 번 동호해수욕장에서와 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보조열쇠를 감춰두는 것만큼 확실한 대처 방법은 없다. 보조열쇠를 만들고 가까운 동사무소에서 인감을 떼서 중고차매매상사에 우편으로 보냈더니 오후 1시를 넘기고 있었다. 또 다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충주호와 남한강 앞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낚시를 해야 할지, 산으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충주호에 가서 낚싯대를 던져 보기도 하고 남한강으로 내려와 낚싯대를 던져보기도 했지만 물고기는 낚이지 않았다. 낚시를 하면서도 물고기가 잡히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내가 우스웠다. 몸이 아플 때 어죽을 먹고 몸이 회복되긴 했지만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을 만큼 비렸기 때문이었다. 베스와 블루길은 낚아보긴 했지만 아직까지 먹어본 적은 없어서 그 맛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4시가 넘어서도 입질을 받지 못해 인근의 저수지를 검색해 보았다. 규모가 작고 인가가 드물 것으로 보이는 송강저수지가 눈에 띄어 그리로 향했다. 지도상에는 인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저수지 안쪽으로 여러 채의 주택이 드러서 있었고 저수지의 물은 많이 빠져 있는 상태여서 맑지 않았다.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보고 하루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저수지 입구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살피는데 작년에 마꽃이 핀 자리가 눈에 띄어 살펴보았더니 굵은 마 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을까지는 마를 캐지 않으려 했지만 탐이 날 만큼 줄기가 굵어 흙을 파헤쳐 보았더니 매우 커다란 마가 한 뿌리 틀어박혀 있었다. 큼지막한 마 한 뿌리를 캐고 뚝방 주변을 살폈더니 살갈퀴콩도 영글어 꼬투리를 터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살갈퀴콩의 꼬투리 모양새는 녹두와 비슷한데 맛은 대두와 비슷한 야생콩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만 따 담아 콩알을 털어냈더니 한 홉이 나왔다. 작고 볼품없는 콩이라도 잠깐 거둔 양이 이정도면 내일 하루 주변의 살갈퀴콩을 찾아 모으면 며칠간 먹을 식량으로 손색없어보였다. 또한 주변에는 이런 넝쿨도 있었다.  작년에 열렸던 꼬투리.  꼬투리의 모양도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수오와 박주가리는 구분하기 어려운데 하수오라면 먹을 만한 뿌리가 있다. 커다란 바위틈에 자리 잡고 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내일 시간이 되면 바위를 들춰내 볼 생각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은 것이라곤 오디와 산딸기 뿐 이어서 서둘러 마를 삶아 먹었다. 한 뿌리를 캤을 뿐인데 한 끼 배불리 먹을 양이었으니 복령을 찾겠다고 발품 팔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저수지 주변으로 소나무숲이 울창하다. 내일 살갈퀴콩과 참마를 넉넉히 채취하고도 시간이 남으면 산에 올라 복령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언젠간 찾아지겠지. ^^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어정쩡하게 하루를 보냈지만 뒤늦게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이곳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50m이내에 산딸기와 오디가 그득하다. 인심이 괜찮다면 며칠을 묵어가도 좋을 것 같은데, 내일은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고 분위기를 살펴보아야겠다.  살갈퀴꽃 봄에 고흥에서 보았던 살갈퀴꽃이다. 봄에 핀 보라색 꽃이 여름이 되어서 검은콩이 되었다.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