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 만찬 언젠가 엄마는 새벽부터 나를 깨워 녹두를 따러 가자고 했었다. “뭐... 새벽부터 녹두여???” “녹두는 새벅으 안따믄 못따. 언능 인나.” 오늘 새벽에 일어나 책 읽고 음악 듣고 어슬렁거리다 7시가 넘어서부터 살갈퀴콩을 따기 시작했다. 소쿠리로 절반쯤 땄을까. 저수지로 해가 들기 시작하더니 콩 꼬투리가 마르면서 손만 데면 툭툭 터져서 흩어지는 것이었다. ‘새벅으 안따믄 못따....’ 콩꼬투리에 이슬을 머금고 있어야 터지지 않고 온전히 소쿠리에 담을 수 있는데, 해가 들어 이슬이 마르고 콩꼬투리가 딱딱해지면서 바람만 불어도 툭툭. 터지고 말았다. 어미가 그 새벽에 곤히 자는 자식놈을 깨웠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9시가 되자 콩꼬투리는 완전히 말라 손만 데었다 하면 터지는 바람에 헛일이 되고 말아서 콩 따는 일을 그만두고 따 모은 콩을 볕에 널어 말렸다. 오후에 말린 콩을 털어냈더니 소되로 한 되정도는 되는 것 같다. 콩을 말리고 마를 찾아보았지만 마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고, 가까운 곳에서 더덕 몇 뿌리와 달래가 무리지어 자라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취나물, 돌나물, 단풍취, 달래와 같은 봄나물들은 쇠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지만 달래의 알뿌리는 마늘처럼 단단하게 영글게 되므로 그것을 뽑아 마늘 대신 향신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달래는 마늘의 먼 조상이 아닐까하고 항상 생각해 본다. 달래꽃 산에서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달래가 무리지어 꽃을 피우고 있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향신료가 없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달래 알뿌리를 다져 넣으면 물고기의 비린내를 줄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음식의 맛을 더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눈에 띄는 달래를 모두 캐서 볕에 널어 말리고 났더니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출출하기도 해서 무엇으로 밥을 지어 먹을까 고민하다 달래도 있고 콩도 구한데다 더덕도 둬 뿌리 구했으니 잡곡밥을 짓고 달래간장으로 밥을 비벼 먹자고 생각했다. 바다에서 말려 두었던 조개와 콩, 밤쌀을 물에 불리고 감자의 껍질을 벗겼다. 씻은 쌀에 조개, 콩, 밤쌀, 감자를 넣어 밥을 짓고 양념간장을 만들었다. 간장이 어디 있냐고? 간장은 없지만 조개젓을 담아 두었잖나. ㅎㅎㅎ 조개젓 국물에 달래알뿌리, 더덕, 더덕잎, 양파와 조개젓을 다져 넣고 보니 새콤한 맛이 아쉬워 우매보시 통을 꺼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매보시는 몇 개월 후에 꺼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김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음식이다. 막 담은 생김치를 먹듯이 막 담아서 소금기만 가신 매실을 꺼내 먹어도 맛이 좋다.  소금기가 모두 가시고 물이 나와 꼬들꼬들해진 매실 세알을 꺼내 살을 발라 양념장에 넣었다. 달래와 더덕을 넣어 향긋한데다, 매실을 넣어 새콤하고, 양파에서 단 맛이 우러나 달달하고 짭쪼롬한, 맛있는 양념장이 만들어졌다. 양념간장을 만들 때 반드시 콩간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조개젓, 밴댕이젓, 멸치젓, 새우젓, 까나리젓, 가자미젓, 황석어젓 등은 모두 ‘젓’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다른 말로 ‘어간장’이기도 하다. 이 젓갈들의 액젓을 간장을 대신해 이런 저런 음식에 활용해보면 특별한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양념장을 만드는 사이 밥이 다 지어졌다. 살갈퀴콩의 맛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매우 맛이 좋다. 완두콩이나 강낭콩의 맛과 비슷한데 씹는 맛은 쥐눈이콩에 가깝다. 조개가 들어가 향긋한 비린맛이 나는 밥에 양념장을 끼얹어 비벼먹었다. 맛은 둘째 치고 그동안 고생하며 모아진 것들이 합해져 이렇게 근사한 맛을 내는 것이 여간 대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려두었던 이런 저런 나물들과 마는 넣지 않았지만 그 맛의 조합이 대견하고 또 대견하게 느껴졌다. 차린건 없지만 ㅋ;; 이만하면 만찬 ㅎㅎ 기분 좋게 밥을 먹고 뜨근한 칡차를 마시며 오후까지 앉아 쉬었다. 해가 뜨겁게 내리 쬐었지만 호숫가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은 나지 않고 불쾌하지도 않았다. 오후 들어 산에 올라 복령을 찾아보았지만, 마음에서 멀어져서 일까, 통 찾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잘려나간 소나무등걸은 많았지만 복령이 붙어 있을 만한 등걸도 눈에 띄지 않아 가까운 곳에 눈에 띄는 산딸기만 따 먹고 산을 내려왔다. 충주에는 호수도 많고 넓디넓은 충주호도 자리하고 있지만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기도 어렵고, 찾았다 해도 인적이 드문 자리는 없다고 보는 것이 좋을 만큼 사람이 많다. 늦봄까지는 목욕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만 여름이 되고 보니 시원하게 몸을 담글 한적한 계곡이 매우 아쉽다. 지도에만 의지해 생활할 곳을 찾아다니다보니 알맞은 곳을 찾았다 해도 그 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자리해 있다. 일반인들이나 야만인이나 다들 편안하게 쉬고 싶은 곳을 찾아가기 마련인 모양이다. 그렇다 보니 9일째 목욕을 못하고 있다. 오늘부터 모레까지는 연휴라 어딜 가나 사람이 북적이기 마련일 것이다. 이틀간은 대충 수건으로 몸을 닦고 월요일엔 인적 없는 계곡을 찾아가 홀딱 벗고 뛰어들어야겠다. 머리는 간지럽고 몸은 끈적거리고, 벌써부터 지랄이다. 싸리꽃 싸리 빗자루를 만드는 싸리나무에 꽃이 피었다. 겨울에 눈 치울 때는 싸리 빗자루가 갑이다. 낭창낭창한 대나무 빗자루는 낙엽 치울 때만 쓰고 눈 치울 때는 싸리 빗자루를 이용하시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