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 532번국도 살갈퀴콩을 따고 있는데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며 물었다. “뭐하고 계세요? 그것도 먹는 거에요?” 충주에서 교사로 제직중인 선생이었는데 몇 해 전 저수지 아랫마을로 귀촌해 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런 콩과 같은 것을 먹고 살아간다고 이야기 했더니 반갑고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이 주변이 경치도 좋고 산도 좋긴 한데 사람들이 많이 오가서 이렇게 생활하기에는 불편할 게이요.” 그도 그럴 것이 주말을 맞아 어제 밤부터 저수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과 캠핑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선생은 야만인으로 살아가기에는 이곳보다 충주호 북쪽 532번 국도로 가는 것이 먹을 것도 많고 인적도 드물 것이라며 지도를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콩도 이만하면 충분히 딴 것 같고, 저수지 주변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몰려들고 있어 어딘가로 옮겨가고 싶던 차였는데 선생의 충고에 귀가 얇아졌다. 짐을 정리하고 충주호 북쪽 조동리 방향으로 이동해 532번 국도로 들어서자 오가는 차도 없고 산도 깊어 선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가에는 뽕나무와 살딸기가 드문드문 무리지어 나 있었고 오랜만에 앵두나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가에서 멀지 않은 길가에 심어 놓은 앵두나무였는데 붉게 물든 앵두가 발길을 사로잡았다. 구례에서는 한 달 전에 따먹었던 앵두가 이곳에선 이제 익기 시작했다. ‘좁디좁은 조선땅덩어리라지만 앵두 익는 것은 한 달이나 차이가 난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뜬금없더라도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어서 한 소쿠리를 따 담아 하루 종일 우물우물 먹고도 절반이나 남았다. 여름 과일 많이 먹으면 배탈난다는데.... 먹어도 먹어도 자꾸 손이 가네...ㅎㅎ 앵두를 먹으며 길을 따라 가는데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지도상으로는 분명 주요도로로 표시 되어 있는데 아직도 비포장도로가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야만인 생활하기에는 그곳이 딱 맞을 거예요.’ '선생의 머릿속에서 떠올린 야만인이란 이런 곳에서 살아가야 한단 말이지....췟;;;' 어찌되었건 산은 깊고 인적은 드물어 먹을 것은 많아 보였다. 후미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어제 남긴 밥과 양념장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산으로 올라가 보았다.  처음 국도에 들어설 때부터 산이 가팔라 오르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가파른 낭떠러지로 이루어진 악산(惡山)이었다. 산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오가지 않아서인지 발견한 마의 크기가 지금까지 캐낸 마와는 비교기 되지 않을 만큼 굵고 길었다. 마가 땅속깊이 박혀있어 두 뿌리 캐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그 양은 고창에서 스무 뿌리 캔 것과 비견될 만한 양이었다. 마를 캐고 산을 조금 더 올랐더니 흙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칡뿌리가 드러나 있어서 드러난 부분만 잘라냈다. 지금은 칡뿌리에 물이 들어 맛이 없는 계절이지만 차로 끓여마시기에는 나쁘지 않다. 칡을 캐고 하산하던 길에 더덕도 한 뿌리 얻고, 큼지막한 누룩뱀도 한 마리 잡아 껍질을 벗기고 소금을 뿌려 말렸다. 왼쪽부터 뱀ㅋ;;, 칡, 더덕, 마, 하수오, 마 지난번 호수에서 발견한 하수오는 하수오가 아니었나보다.  쌉쌀하니 인삼하고 마하고 섞어놓은 맛이랄까...   마의 굵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 기운좀 나것는디! ㅋㅋ 먹을 것은 이리 풍성해 좋다 싶었지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산을 오르며 몸이 간지럽다 싶어 옷을 벗어 보았더니 온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와 있었다. 거울을 비춰 보았더니 그동안 가라앉았던 입술도 다시 불거져 있었다. 알레르기를 자극하는 식물이 산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겨드랑이와 팔, 가슴, 허벅지 할 것 없이 온몸이 울긋불긋 오돌톨톨 붉게 올라오고, 입술은 한 대 쥐어 맞은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평소에 알레르기가 발생하면 가렵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초강력 알레르기 유발 식물을 만졌나보다. 오지게 가렵기까지 했다. 팔뚝은 조금 올라온편.  겨드랑이와 등짝은 사람이 아니무니다 ㅜㅜ;;; 알레르기 약을 먹고 온 몸에 약을 발랐지만 여전히 가렵고 따끔거려 가까운 계곡물을 찾아가 몸을 씻고 싶었지만 물을 찾을 수 없었다. 왼쪽에는 높은 산이 있고 오른쪽에는 넓디넓은 충주호가 있는데 몸 한 번 담글 물이 없다니. 지도상으로 보면 충주호 어디든 들어갈 수 있어 보이지만 낭떠러지 아래로 호수가 자리하고 있어 접근이 불가능 했다. 종종 호수로 들어설 수 있을 만한 완만한 지형이 있기는 했지만 그러한 곳들은 한곳도 빠짐없이 사설 낚시터가 자리 잡고 있어 호수로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개울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개울 또한 보이지 않았다. 산이 가팔라 비오는 날이 아니고서는 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계곡들뿐이었다. 종종 눈에 띄는 개울이 있었지만 30km구간 안에 서너 개 뿐 이어서 그 자리에는 인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드라이브하고 설렁설렁 구경하기에는 좋다마능....;;; 카XX하기에도 최적의 장소!! 강추 ㅋㅋ 산이 이리 깊은데, 호수가 이리도 넓은데 손 씻고 몸 담글 개울하나가 없단 말인가. 게다가 비포장 도로 ;;;; 비포장 도로 30km를 20km/h의 속도로 오르고 내려 겨우 도착한 곳은 충북 제천시 금성면이었다. 그 구간 안에 한적한 개울은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었는데 면사무소 앞으로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면소제지 앞에나 개울이 흐르는 곳이구나...‘ 새삼 지리산이 얼마나 넓고 풍요로운 산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한 고개 건너면 계곡이 있고 또 한고 건너면 평원과 폭포가 펼쳐지는 지리산을 왜 어머니 산이라 부르는지를... 금성면에 도착하자 해가 지기 시작해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몸은 가렵고 따끔거려 죽을 맛이다. 오늘은 일기를 마무리 하고 제천시내의 목욕탕에 가야겠다. 가까운 곳에서 한적한 계곡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역시 사람은 물이 있어야 산다. 532번 국도는 사람 손 타지 않은 깊은 산을 끼고 있어 다시 가고 싶은 욕심도 생기지만 물이 흐르는 다른 산을 찾아가야겠다.  나리꽃 구불구불 차마고도와 같은 532번국도 변에 마른 먼지 뒤집어쓰고도 제 절개 굽히지 않는 나리꽃, 훠언허게 피어있었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