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하몽' 목욕탕에서 목욕을 막 하고나왔을 때는 시원한 맛에 가렵지 않은 것 같더니 밤새 간지러워 잠을 설쳤다. 어스름한 새벽이 되어서야 가려운 증상이 잦아들어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영월로 향하던 중 개울이 흐르는 한적한 논두렁을 발견해 숨어들었다. 동강도 좋지만 휴일이라 사람도 많을 테고, 산에 들어가기도 두려워 논두렁에서 하루를 빈둥거렸다. 두드러기가 난 자리에 물파스를 바르며 물끄러미 산을 바라보는데 초록빛으로 숲이 불타는 것처럼 보였다. 활활 타오르는 초록색 불꽃. 입에서 이글거리는 초록화염을 내뿜으며 으르렁거리는 케르베로스에게 따끔한 맛을 보고 말았다. 언제까지 산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두드러기가 나을 때까지는 산을 피하고 싶다. 확실히. 불알이 확! 쪼그라들긴 했다. ;;;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할 일은 많았다. 캐온 마를 썰어 말리고, 감자를 모두 씻어 삶았다. 감자에 물기가 있어 밖에 널어 말렸더니 녹변현상이 발생해 하루 빨리 삶아 두지 않으면 못 먹게 될 것 같아서였다. 감자를 모두 삶고 얇게 썰어 소금을 뿌리고 볕에 넣어 말렸다. 이렇게 말리면 감자칩 까지는 아니지만 고구마말랭이 정도의 간식꺼리가 된다. 간식뿐만 아니라 밥을 지어먹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될 때 귀중한 식량이 되어주기도 할 테니 정성들여 말려두면 오래두고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감자를 삶고 속리산에서 채취한 둥굴레를 볶았다. 밖에 나와 생활하면서 가장 좋은 것이 다양한 차를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집에 있으면 커피나 녹차만 입에 달고 사는데 칡차, 쑥차, 둥굴레차, 송화차를 매일 같이 돌아가며 끓여 마시고, 따서 말려 두었던 산딸기로도 차를 우려 마신다. 설탕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주위에 산딸기와 오디를 비롯해 앵두나 진달래, 솔잎 등이 지천이라 설탕에 절여두기만 하면 차가 되는 건데 말이다. 모기장 옷을 구해 입고 벌집이라도 털어야 하나..... 쩝 ;;; 이런 저런 자잘한 일들을 마치고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익모초가 자라나 있었다.  익모초는 그리 쓸데가 많은 풀은 아니지만 엄마는 자라 올라오는 익모초를 잘라내지 않고 몇 대는 반드시 살려두었었다. 고딩 때였던가, 한 여름에 며칠간 몸살이나 빌빌거리다 기운을 차려갈 무렵이었는데 입맛도 없고 기운도 없는 나를 보고는 익모초를 절구에 찌어 즙을 짜내 마시라고 했다. “쓴게 코 막고 꿀떡꿀떡 마셔.” 하얀 사기그릇에 한 사발은 담겨 있었던 것 같은데 뭣도 모르고 꿀꺽 마셨다가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쓴 풀이 익모초라는데 이론은 없다. 지독하게 써서 입안에 들어가면 죽을 것 같지만 일단 목안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다시 되돌아 나오는 경우는 없다. 익모초가 여성에게 좋은 풀이이서 益母草라 불리지만 한 여름 더위 먹고, 입맛 없고, 기운 없을 때 마셔두면 남녀노소 입맛도 돌아오고 기운도 난다. 익모초도 한 다발 뜯어다 볕에 널어 말렸다. 익모초가 다 마르면 또 하나의 차가 만들어질 것이다. 매우 쓰기 때문에 물로 끓여 마시지는 못하겠지만, 한여름 기운 없고 입맛 없을 때 끓여 마시면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논두렁에서 이래저래 빈둥거렸더니 하루해가 다 가버렸다. 마을 사람들도 종종 오가는 길이어서 오래 머물 수는 없을 것 같아 차를 몰고 언덕 하나를 넘었더니 공교롭게도 남한강이 나타났다. 바로 앞에 남한강을 두고 논두렁에서 궁상을 떨고 있었던 거다. 강가에는 잔디가 깔려있는 공원에 보기 좋은 정자도 세워져 있고 깨끗한 물이 흘러드는 곳도 있었다. 공원에는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지만 해가지자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나만 남았다. 이 때다 싶어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와 도마, 칼을 들고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날이 더워지기 전까지 고기에서 구수한 냄새가 났었는데 며칠 전부터 기름 쩐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늘진 곳에서 말린다 해도 이동하면서 해를 맞고 날씨가 습해지다보니 돼지기름이 산폐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대로 두면 한 여름이 되기 전에 상할게 분명해서 조만간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이 그 날이었나보다. 이 음식은 족보에 없는 음식이 아니다. 아주 굵직한 뼈대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전통 음식이다. 이름을 몰라 구글신에게 물어보았더니 본명은 ‘하몽’이란다.(하몽하몽의 그 하몽??) 고산지대의 건조한 날씨에서 1년 이상 숙성시켜 먹는 음식이라는데, 전국팔도 돌아다니며 한달 만에 숙성시켜 먹는 것이라 먹는 나부터도 의심이 들긴 했지만 때깔은 그럴싸하다. 짜잔~ ㅎㅎㅎ 한 점 집어 맛을 보았더니 맛도 그럴싸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하몽보다 살코기 겉면이 매우 딱딱했지만 고소하고 짭쪼롬 한데다 하얀 지방부분과 살코기 안쪽은 쫄깃하고 부드럽기 까지 했다. 그냥 먹기에는 너무 짜서 낮에 삶아 말렸던 감자 위에 올렸더니 그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다.  불에 구우면 어떨까 싶어 석쇠에 1분 정도 구워 맛을 보았더니 딱딱하고 질긴데다 짠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밥을 뜸 들일 때 살짝 익히거나, 뜨거운 밥 위에 얹어 먹으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내일은 밥을 지어 함께 먹어보아야겠다. 가을이 되면 껍질이 그대로 붙어있는 싱싱한 돼지 뒷다리를 구해 소금의 양을 지금 보다 2/3정도로 줄여 다시 만들어 보아야겠다. 그렇게 해서 여행이 끝나는 날 줄을 끊어 여러 사람과 나눠 먹겠다. 그 맛이 궁금한 사람은 전주로 오라. 맥주와 하몽은 내가 쏜다. 접시꽃 남한강 둔치에 접시꽃이 환하게 피었다. 어릴 때는 접시꽃이 무궁화인줄 알았다능...흐흐흐;; 오늘은 꽃 하나 더 개망초에 핀 나비꽃 다시보았더니 어설피 합성한 사진같아 보이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