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 다슬기와 올갱이 소백산 북쪽계곡이 간간히 번쩍이더니 이내 으르렁거리는 천둥소리가 능선을 타고 울려왔다.  산중의 여름은 으레 그러할 것이지만 널어놓은 감자가 걱정스러워 비소식이 반갑지 않게 들렸다.  이제 막 삶아 말린 것이라 자칫하면 쉬어버리기 때문에 하룻볕, 하루 바람이라도 쐬어 겉이라도 딱딱하게 마르길 기다리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었다.  구름이 산을 넘지 말길 바라며 검은 산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을 무렵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무 등걸에 걸어 두었던 건조망을 트렁크에 밀어 넣자 거센 비와 함께 번개가 내려쳤다.  차창으로 투닥투닥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종종 사위가 밝아졌다 싶을 무렵 천둥이 으르렁거렸다.  사나운 소나기가 지나가고 잠이들었다. 안심. 안심. 차 안에서 감자는 꾸들하게 말라가고 있었고, 모두가 비를 피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감자 몇 알이 무엇이겠냐 만은,  곳간이 비지 않기를 바라는 그 절박함이란 도적질을 하고도 남을 만하리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하늘은 끄무륵하고 안개도 끼어 있었지만 그 틈으로 해가 드는 것 같아 감자와 칡, 마, 익모초를 널어 말리고 강으로 나가 보았다.  강에는 올갱이와 말 조개가 종종 눈에 띄었을 뿐 별다른 먹거리가 없어 보였다. '다슬기'가 표준어고 '올갱이는 사투리라지만,  올갱이는 섬진강 다슬기와는 그 모양과 습성이 매우 달라 보였다.  섬진강에서 잡았던 다슬기는 좀주름다슬기, 다슬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남한강에서 잡히는 다슬기는 참다슬기, 곳체다슬기, 염주다슬기, 띠구슬다슬가 주를 이루었다. 왼쪽부터 띠구슬다슬기, 곳체다슬기, 염주다슬기 특히 곳체다슬기와 염주다슬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습성 또한 섬진강다실기와는 매우 달랐다. 섬진강 다슬기는 강가 바위 겉표면에서 쉽게 발견되었지만, 남한강 올갱이는 바위아래 깊은 곳에 숨어들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올갱이가 다슬기의 사투리라지만 올갱이는 올갱이 특유의 모습과 습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섬진강에서보다 올갱이 찾기는 쉽지 않았다. 바위를 뒤집어 보고, 손을 돌 틈으로 밀어 넣어 찾아낸 올갱이, 그러나 섬진강 다슬기보다 크고 살이 많았디만 섬진강보다 강물이 탁해 해감시간이 오래 걸려 오늘은 맛을 보지 못했고 내일 아침에는 국을 끓여 먹어보겠다. 크기도 크고 살도 많아 먹을 것이 많아 보이는데 국물의 맛은 섬진강 다슬기와 어떤 차이를 보일지 매우 궁금하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섬진강 다슬기국물 맛은 단연 으뜸이었다! 올갱이를 잡는 와중에 물 온도차가 느껴지는 곳을 발견했다. 어느 지점에서 발을 들였는데 물이 차갑다는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자리가 눈에 띄었다.. 물의 온도를 쫒아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가 보았더니 가까운 곳에 냉천이 솟아 오르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남한강 본류와 비교되는 맑고 시원한 물이 바위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었다. 손을 모아 한 모금 마셔보았더니 맛도 좋았다. 곧장 차로 달려가 식수통을 들고와 물을 받았다. 돌 틈에서 흘러나오는 맑은물을 스댕 ㅋ 그릇으로 퍼담았다. 물을 받고 있을 무렵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져 차로 돌아와 널어놓았던 것들을 거둬들이고 점심밥을 준비했다. 쌀과 살갈퀴콩을 씻고 감자와 마를 넣어 밥을 지었다. 소낙비가 거세게 내리 부었지만 트렁크 문이 우산 역할을 해 주었다. SUV의 최대 장점은 트렁크 문일지 모른다. 쩝 ㅋㅋㅋ??? ;;;  밥이 얼추 지어졌을 무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썰어 넣어 뜸을 들였다. 밥을 퍼 담고 고기의 맛을 보았을더니?! 역시,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금에 절여 말린 생선이나, 소금에 절여 말린 돼지고기나 찜을 하면 맛이 한층 좋아지기 마련이었다. 스페인 아들은 이것을 알랑가 몰라????' 딱딱했던 껍질과 살코기의 겉 표면도 부드러워졌고 짠 맛도 덜해져서 그 맛이 매우 훌륭했다. 수육과 맛을 오인할 수 있어 한 마디 더하자면, 쫄깃한데다 잡내도 없고, 기름이 녹아내려 밥맛까지 살려준다고 역설할 수 있겠다. 나는 이렇게 차려진 밥상이 너무 흐뭇하다.  초라하지만 이것이 만들어질 때까지의 과정이 그려지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렇게 밥상이 차려졌다. ㅠㅠ 밥을 다 먹고 났더니 비는 그쳤고 하루를 또 다시 빈둥거리며 놀았다. '그렇지. 이래야 야만이지!!' 여행을 시작할 때, 먹을 것은 쉽게 구해지고 매일매일 놀 줄 알았다. 사실, 처음부터 놀고 싶었던 것이니까. 그런데 생각처럼 놀아지지 않는다. 며칠을 빈둥거리며 놀고 싶은데 밥이 항상 걱정이었다, 내일 먹을 것은 올갱이도 있고, 돼지고기도 있고, 지어 놓은 밥도 있으니 아침에 밥을 뎁혀먹고 소백산에 올라 보아야겠다. 올갱이국도 끓이고, 밥에 돼지고기도 듬뿍 얹어 먹고 둥굴레차 시원하게 식혀 들고 소백산에 오르리라. 산에 오르고 갯가를 거니는 것이 이 여행의  가장 큰 행복일테니...감자도 있고, 마도 있고. 쌀도 있고. 콩도 있고, 조개도 있고, 뱀도 있고, 말려둔 나물도 있는데 하루! 먹을 것 찾지 않고 산에 오른들 무슨 걱정일까! 그렇게 가리라. 불타는 초록빛푸른 숲으로! 오늘은 꽃 대신 잠자리 한 마리.  이 녀석. 물가에서 종종 보던 물잠자린인데 오늘따라  근사해 보인다.  날개를 펴고 날아갈 때의 그 아련함이란... 잠자리는 잡으려 손을 내 뻗지 않아도 나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아련해진다.  to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