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 조화로운 삶의 지속 새벽 늦게 잠들어 아침 8시가 넘어 눈이 떠졌다. 그 무렵부터 이른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뒷방 늙은이 같은 내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이유는 없어보였다. 자리를 피해 속리산 입구로 이동했다. 이름난 산에 이름난 사찰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띄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속리산 이정표를 조금 지나 정이품송 옆에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세수와 면도를 하고 났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지만 오늘 하루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자꾸 바다 생각만 났다. 바다로 떠나고만 싶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산이 답답해 바다가 생각난 것이지, 바다가 좋아 바다가 생각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하루를 더 쉬며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생각했다. 감기는 다 나아가고 몸 상태도 좋아졌는데 마음은 왜 그런가 싶어 차근차근 짚어 보았다. 마음은 그랬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들을 답답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어딜 가나 입산 통제를 알리는 표지판과 현수막이(발목절단이라니.... 개구라라지만 정나미가 떨어지기는 한다.)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산에 들어가서 뭘 찾아 들고 나온 데도 하루 종일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된다. 또한, 여름이 되어가면서 잡목이 우거져 숲에 발을 들이기는 점점 어려워져가는 상황이다 보니 꽉 막힌 숲 앞에서 마음까지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핑계. ‘그럼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보기로 하자.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답답한지부터 알아 봐야하니까.’ 그래서 감자를 삶고 칡차를 끓이고 물김치를 그릇에 담아 놓고 그 옆에 앉아 헨렌니어링과 스코트니어링이 말년에 쓴 <조화로운 삶의 지속>을 손에 들었다. 감자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첫 장을 넘겼다. 첫 문장은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는 거의 반세기 가까이 소박하게 살려고 애써 왔다.」 평전을 읽었기에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추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 아침 칭얼대는 와중에 눈에 들어온 이 한 문장이 전하는 충격은 강렬했다. 그렇다고 이 문장을 읽고 부끄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도 초반에는 나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견뎌냈고, 결국 반세기를 살아냈을 테니 말이다. 이 문장이 강렬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반세기 전에 세웠던 뜻을 반세기 후에도 지키며 살아간다고 말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뤘다’라고 말하지 않고 ‘지금도 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난 삶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고 몇 페이지를 더 넘겨도 ‘우리는 거의 반세기 가까이 소박하게 살려고 애써 왔다.’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아 책을 덮었다. ‘느긋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기’ 산에 올라 새로운 것을 채취해 오는 것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은 많았다. 그런 일들은 대부분 마음이 느긋하지 못해 미루고 미뤘던 일들이 대부분이다. 빨래를 비롯해 그릇과 냄비, 도마, 도구들을 볕에 널어 말리고, 노트북 안의 파일들을 정리하고, 트렁크를 정리하고, 날이 무뎌진 연장들을 갈고, 차 안의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내야 할 것들이 이 좁은 차 안에 그득하게 쌓여있었다. 우선 밀린 빨래를 해서 널어 말리고 트렁크를 정리했다. 정리를 해도 트렁크는 비좁았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을 앞으로 옮기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안쪽으로 정리했더니 이용이 편리해졌다. 뒷좌석의 옷가지와 이불, 책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매트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냈다. 걸레를 빨아 실내에 쌓인 먼지를 닦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았더니 하루가 흘러갔다. 어스름하게 해가질 무렵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둥굴레 군락을 발견해 둥굴레를 캐와 잔뿌리를 제거하고 쪄서 소쿠리에 널어 말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차 안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미뤘던 일들을 처리하고 나자 아늑하고 편안해졌다. 고슬고슬 마른 빨래에서 향긋한 비누 냄새가 난다. 건강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기침도 나오지 않고 몸도 가볍다. 내일 부터는 하루에 두 끼 먹던 식사 횟수를 줄여 기존처럼 하루 한 끼를 먹는 대신 양과 종류를 늘려가겠다. 이제는 주식이 될 만한 것이 쌀과 감자뿐이다. 이것들을 먹지 않겠다는 생각들도 스트레스의 한 축을 담당한다. 다른 먹을거리가 생겨나기 전까지 마음 편히 먹고 스트레스 받지 않겠다. 내일까지 이곳에 더 머물겠지만 내일이 지나도 산이 답답하고 바다가 가고 싶어진다면 바다로 떠나겠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한다면 그곳에서 생활을 이어갈게다. 오늘, 어쩐지 홀가분해져버렸다.  동백꽃 그녀와 쌍계사에서 보았던 동백꽃이다.  <조화로운 삶의 지속>은 그녀가 다녀가며 놓고 간 책이다. 그녀가 무척 보고 싶어져서  쌍계사에서 함께 보며 좋아했던 동백꽃을 올린다.  졸라 땡큐. 영화씨 ^^ 뱀빨- 물김치 물김치의 맛이 매우 특별하다.  뻣뻣한 산나물을 넣어서 질긴감이 있지만  송화가루와 연씨의 향이 매우 잘 어우러져서 국물맛이 대단히 좋다.  부드러운 나물꺼리에  단 맛을 조금 더하고 마늘 보다는 달래로 향을 내면 대단한 물김치가 탄생할 듯.  눈에 띄는 산나물들로 여러가지 조합을 시도해 가장 훌륭한 조합을 찾아내겠다.  갠찮네... 고것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