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 어두워질 때까지 길가, 후미진 곳, 사람들이 지나치면서도 눈여겨보지 않을만한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어두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낮 동안 야트막하고 걷기 편한 곳을 골라가며 산을 돌아다녔다. 복령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 것이었지만 복령은 찾지 못하고 죽순, 상황버섯, 말굽버섯등만 눈에 띄었다. 근데, 오른쪽이 있는 게 상황버섯 확실한거여?  믿어 의심치 않게씀 ;;; 먹지도 못할 상황버섯과 말굽버섯이 눈에 띌 건 뭐라... 그래도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가방에 담아 두고 산의 둘레를 걸어 다니는데 숲 건너편에 초록색 밭이 보였다. 감.자.밭 인가는 멀리 떨어져 있고 길가에서는 가까운, 침투와 도주가 용이한 곳에 감자를 심다니.... ㅎㅎㅎㅎㅎ 감자밭을 보자마자 도둑질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췟! 밭을 지나쳐 산을 더 돌았는데도 복령이 보여야 말이지! 그래서 해가 저물 무렵이 되어서 짐을 싸고 차를 몰아 감자 밭 옆으로 왔다. 지금은 침투 대기 중. 얼굴에 구두약이라도 발라야 하나...;;; 작전의 성패 여부는 내일 알리도록 하겠다. 흠흠;; 새벽 어스름에 눈이 떠지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오늘도 네 시 반에 일어나 남은 어죽을 마저 떠먹고 말린 둥굴레를 볶아 차를 끓였다. 꾸덕하게 말린 둥굴레는 깨를 볶듯 볶아야 비로소 둥굴레차가 완성된다. 3, 40분 동안 약한 불로 둥굴레를 볶았더니 구수한 향기가 사방으로 번져나갔던지 산책을 하던 아주머니가 뭘 볶냐고 물으시며 가까이 다가왔다.  너무 맛있어서 하루 종일 입에 달고 살고 있음.  둥굴레차는 시원해야 맛인데...아쉽네...ㅎㅎ 주변에 널어놓은 것들을 둘러보며, “이거는 무어냐, 저거는 무어냐, 무얼 하는 사람이냐, 둥굴레까지 볶아 먹을 줄 아는 사람이면 각시한테 이뿜 받겠고만 왜 이러고 다니냐, 나이가 돼 보이는데 아직 장가는 안간 거냐.”는 둥 이집 저집 제사상에 감과 배 놓을 자리는 야무지게 찾아줄 성 싶어 보였다. “아주머니 오디 좀 드실래요?” 오디 반 소쿠리를 봉투에 담아 줬더니 화색이 되어서 필요한 것 있으면 우리 집이 어디 어디 라고 가르키며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흐흐흐, 글쎄요.;;;’ 둥굴레를 볶아 놓고 산을 돌아 왔더니 널어놓았던 물고기 위에 파리가 득실거렸다. 휘휘, 파리를 쫏고 물고기를 드려다 봤더니 요것들이 그새 허옇게 알을 까놓은 것이었다. 아침부터 어죽을 먹었더니 뱃속에서 비린 트름이 자꾸 올라오는 판인데 말린 물고기를 그대로 두면 구더기가 생길 게 분명해서 어쩔 수 없이 석쇠 위에 말린 고기를 모두 올렸다. 물고기를 굽고 죽순은 푹신 삶아 쭉쭉 찢어 나물을 무쳤다. 파리가 알을 까서 좀 태웠음 ;;;; 그래도 뭐. 흠흠. 맛만 있더라. ㅎㅎ....;; 죽순을 데치고 볶는 것이 귀찮아 푹신 삶아 무친 것인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물고기는 조금 의외였다. ‘비려도 먹어야지’ 생각하고 한 입 씹었는데 의외로 고소하고 맛이 좋아 구운 물고기 절반을 뚝딱 먹어치웠다. 둥굴레차를 마시고 오디를 먹고 가까운 곳에 나 있는 산딸기를 따 먹었다. 산딸기와 오디는 이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평범한 먹거리가 되어버렸다. 어제 그제는 놀라운 마음에 정신없이 따 먹고 모아두기까지 했는데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았더니 내가 서 있는 곳의 반경 50m안에는 반드시 산딸기나 오디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저 걸어가서 신선한 산딸기와 오디를 따 먹으면 된다. 물고기, 죽순, 산딸기, 오디, 둥굴레차. 오첩반상 개다리소반 한 상이네. 쩝. ㅎㅎ 밥을 먹고 한 잠 자려다 말고 번쩍 눈을 떴다. ‘이곳에서 복령을 찾기는 어렵겠다. 오늘밤에 감자를 확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복령이 있을 만한, 소나무가 많은 산으로 떠나자.’ 짐을 정리하고 반야사에 들러 식수를 떠왔다. 준비 완료. 감자밭으로 가자.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주변을 돌아다녔더니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개똥쑥도 눈에 띄어서 뜯어 말리고 물가에 미나리도 나 있어서 한 주먹 뜯어 왔다. 반경 50m 안에는 분명히 있다. 산딸기도 따 먹고 오디도 따 먹었다. 도둑놈 치고는 여유가 만만이다. 반경 50m 이내에 이 모든 것은 다 있다.  감자도 ㅎㅎㅎ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일기를 마무리 하고 작전 개시한다.  수련 마하반야발아밀다심경..... 부처님의 가호가 있기를...켁...;; 아무래도 오늘 저녁에 개 물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