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 물귀신 다 좋은데 정이 안 갈 때가 있다. 먹을 것도 많고, 인적도 드문데다 가까이에 산과 호수도 있는데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 왜? 모른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뭔가를 줬다가 뺐어가며 약올리는 기분이랄까. 일기 예보는 그랬다. 맑음 그래. 맑았다. 새벽 6시부터 쨍하게 해가 뜨는 것이 좋다 싶어서 이것저것 널어 말릴 것을 모두 꺼내 놓고 산으로 들어갔다. 황악산 5부 능선쯤 오르고 있었을까. 우르릉 천둥이 쳤다. 헛...;;;; 숲이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천둥소리였다. 하늘이 보일만한 곳을 찾아가 올려다보니 벌써 먹구름은 밀려와 있었다. 조옷대따... 조옷 빠지게 달려서 산을 내려오는데 돌풍이 불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씨봥...;;; 2km정도를 달려왔을까. 뚝방에 겨우 도착해보니 차 위에 올려 뒀던 소쿠리는 바람에 날려 뒤집어져 있고 그 안에 담겨있던 마와 밤쌀, 둥굴레가 땅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비는 몇 방울 맞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쏟아진 것들을 주워 담느라 울화통이 터졌다. 비구름은 바람을 타고 몰려오는데 낱알로 흩어진 것들은 풀숲에 떨어져 있어서 줍기도 어려웠고 마음도 조급해져서 애를 먹었다. 겨우 흩어진 것들을 주워 담고 이불이며 옷가지를 차에 밀어 넣어 다행히 비를 피할 수 있었지만 20분 쯤 세찬 소나기가 오고 나더니 비가 그쳤다. 아.... 씨이발.... 일단 비는 그쳤다 치고 다시 산에 올랐지만 혹시라도 비가 다시 올까 싶어 널어 말릴 것들을 그대로 차에 두고 출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해가 쨍하게 떴다. 참...씨바스럽게.... 비온 뒤에 해가 쨍하게 내리쬐다보니 습도가 올라가고 숨이 헐떡거렸다. 땀나고 숨이 헐떡거리는 거야 그렇다 치고 등산하러 오르는 산도 아닌데 먹을 것은 나물뿐이었다. 나물은 이곳저곳 많았지만 찾는 복령이 있을만한 소나무도 없었고, 더덕도 눈에 띄지 않았다. 네 시간동안 산을 탔는데 찾은 것은 겨우 더덕 한 뿌리. 아...씨.... ‘그래.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산딸기나 마를 찾자.’ 산에서 허탕을 치고 내려와 호숫가에 도착하자마자 마 순이 눈에 띄어 땅을 파 보니 실한 마가 세 뿌리 들어 있었다. 참내.... 몇 걸은 더 갔더니 산딸기가...  산딸기를 어제처럼 이가 시큰거릴 때까지 따먹고 또 다시 몇 걸은 갔더니 이번엔 뽕나무가.... ;;;; 뭐지....쫌 재섭는데...;;; 배고파서 정신없이 따먹기는 했다만 어쩐지 낚싯밥을 주워 먹고 있다는 기분이랄까.... 배가 부르긴 했지만 헛배가 불러 누룽지를 끓여먹고 호수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누군가 던져 놓고 간 채집망이 눈에 띄어 뚝방 아래로 내려가서 채집망을 건져 올렸다. 그 안에는 수십 마리의 물고기가 와글거리고 있었다. 漁村池 이 저수지의 이름을 왜 어촌저수지라고 지었을지 궁금했었는데 그 이름에 걸맞게 호수에는 물고기가 가득했던 모양이었다. 고민할 것 있나. 수대를 들고 내려가 채집망에 잡혀있는 물고기를 탈탈 털어왔다. 산딸기에 마에 오디에다 물고기까지 그득한데 뭣 때문에 이곳이 맘에 안 드는지 나도 모를 일이었다. 무튼 마음에 안 들었다. 물고기는 소금을 뿌려 점액질을 제거한 뒤 큰 것은 골라 소쿠리에 널어 말리고 작은 것은 솥에 넣고 끓였다. 그대로 어죽을 끓이기에는 가시가 많아서 꼭꼭 쥐어짜 내려 받은 국물에 쌀과 마를 넣고 죽을 끓였다. 비린내를 제거할 향신료가 없어서 가지고 있던 더덕을 모두 썰어 넣고 산에서 뜯어온 취나물과 단풍취, 더덕 잎을 썰어 넣었다. 여전히 비린내가 남아있긴 했지만 먹기에 거북할 정도는 아니었다. 인삼을 넣고 달인 장어탕의 맛과 비슷하달까. 어죽을 먹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내일은 반대편 산으로 올라볼까. 오늘 내가 산을 잘 못 오른 것은 아닐까. 산이 이렇게 큰데 더덕 한 뿌리가 뭐냐. 산을 넘는다고 없는 게 있겠냐. 게다가 어쩐지 이 곳은 마음에 안들어...’ 채집망을 던지고 지렁이를 잡아 밤낚시를 할까도 고민했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이 거세게 요동쳤다. 이곳에서 터 잡고 살 것도 아닌데 어정쩡한 이 기분을 참아가며 버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짐을 정리해 추풍령으로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른데.... 아랫마을로 내려서기도 전에.... 타이어가 펑크 났다. ;;;; 끝까지!!!!! 씨바 저수지에 빠져죽은 물귀신이라도 있는 거냐!! 보험갱신은 6월이고 나는 그동안 보험서비스를 모두 사용했다. 게다가 이곳은 깊고 깊은 산골짜기. 보험서비스를 부른데도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 서비스를 기다리는 것 보다 내 손으로 타이어를 교체하는 편이 빠를 것 같았다. 타이어 갈아 끼우는 일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만, 기운 참 더럽게 안 맞는구나 싶은 생각이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내내 머릿속에서 때굴때굴 굴러다녔다. 스페어타이어는 낡은 것이라 오래 타고 다닐 수 없어 어촌지에서 가장 가까운 경상북도 김천시로 넘어왔다. 오늘은 김천시내의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잔 뒤 내일 아침에 타이어가게에 들러 타이어를 갈아 끼워야겠다. 또한 험한 산을 오르며 신발에 무게가 실렸는지 실밥이 터지기 시작했다. 구두방에 들러 신발 수선도 하고 추풍령으로 넘어가련다. 씨발....;;;;; 산목련 꽃은 예쁘네....;;;; 산목련 말고도 예쁜 꽃은 정말 많았다.  물귀신이 발목잡는 1번 코스 미인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