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 여름엔 굶어 죽지 않아 어제 오후 늦게 밤티재에서 출발해 충북 영동 방향으로 향하던 중 금강을 만났다. 군산을 가운데 두고 두 개의 강이 흐른다. 운장산을 분수령으로 나눠진 수계는 흐르고 흘러 아래로는 만경강이, 위로는 금강으로 흘러 서해에서 하나가 된다. 만경강은 전라북도 내에서 흐르기 때문에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강의 모양을 익히고 있지만 금강은 하류 주변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진안 용담호에서 출발해 무주를 거쳐 영동, 옥천, 대전, 공주, 부여를 지나 군산에 이르는 금강의 상류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의 상류권이어선지 수심은 얕고 빠르게 흘렀다. 얼핏 보기에 섬진강만큼이나 맑아 보이는 강이었지만 진안과 금산, 무주에서 흘러드는 생활하수가 모여들다보니 상류권임에도 물빛은 탁했고 모래에는 이끼가 많이 끼어 있었다. 다슬기도 하나 둘 눈에 띄고, 죽은 재첩의 껍데기도 눈에 띄었지만 감기기운이 남아있어 물에 들어가지 않고 해지는 강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강가에 앉아 반짝이는 물비늘을 바라보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디나무가 눈에 띄었다. 뽕. ㅎㅎ 이제야 하나 둘 익어가고 있었지만 이곳저곳 자라난 뽕나무에 열린 오디를 소쿠리에 따 담았더니 양이 제법 되었다. 낮에 먹은 것이 많아 오디 이만큼이면 저녁으로 충분할 것 같았다. 앵두나 오디 같은 열매는 하나씩 먹으면 맛이 없다. 이렇게 소쿠리에 모아서 한 웅쿰씩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 먹어야 제맛. ㅎㅎㅎ 이렇게 오디를 먹고 나면 입술과 혓바닥은...헤헤헤 오디를 먹고 차 안에 앉아 어두컴컴해진 강을 바라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새벽이었다. ‘내 몸은 차에서 자는 게 더 편한 건가?’ 차 안에서 쪼구려 잠들었는데 한 번도 깨지 않고 9시간을 잤다. ;;; 몸은 하루 종일 쉬었다지만 머리는 하루 종일 복잡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비를 좋아 했던 것은 아니지만 모욕하고 싶지는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하느라 하루를 꼬박 넘기는 사이 담배 세 갑을 태운 꽁초가 산으로 쌓였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물줄기가 모여서 하나의 강을 이루고 흘러가는 것처럼, 어디가 시작이라고 말 할 수 없다. 금강의 발원지를 신무산이라고 말 하는 것은 그 길이를 최대한으로 늘리고 싶은 사람들의 욕심일 뿐, 수많은 계곡과 골짜기에서 흘러든 물이 모여 강이 되지 않던가. 나를 정의하는 기질에 아비와 어미의 피가 섞여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 기질을 이루는 99%는 이곳저곳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이 합쳐진 것일 게다. 무튼, 내 몸에 흐르는 1%의 기질은 그렇게 흘러들어 왔다. 강에서 세수를 하고 몇 개 남은 오디를 더 따 먹은 후 영동군에 있는 PC방을 찾아 갔다. 지금까지 촬영해 둔 비디오 영상을 편집해 줄 친구에게 파일을 전송하기 위해서였는데, 현재 사용하는 인터넷은 전화기 통신망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10기가가 넘는 비디오 파일을 보냈다가는 요금폭탄이 날라 올 것이 분명했다. PC방에서 파일을 보내며 영동군 주변의 지리를 살펴보았더니 남동쪽으로 황악산과 민주지산이 위치해 있었고 산속에 들어앉은 어촌저수지가 눈에 띄었다. 지도로 확인 하는 것이라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높은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막아 만든 저수지라면 계곡도 있을 것이고 먹거리도 풍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일을 전송하고 PC방에서 나와 어촌저수지로 향했다. 영동군에서 2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어촌저수지는 지도상의 모습보다 규모큰, 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뚝방 위에서 아랫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사진을 찍은 자리는 전화기 안테나가 서는데 왼쪽길로 20m만 들어가면 전화기에겐 첩첩산중;;; 저기 안쪽이 텐트펴고 생활하기에는 딱이었는데... 뚝방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자리해 있는데 저수지까지 오르는 길이 매우 사나워 마을에서 이곳까지 올라올 사람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되었다’싶은 생각이 들어 캠핑을 할 만한 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산 아래 저수지 안쪽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보았더니 그 곳은 통신이 되지 않았다. 뚝방에서 겨우 5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인데 ‘서비스 안 됨’이라니... 일단 식수로 확보할 물이 있는지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맑았지만 나뭇잎이 많이 섞여 있어 짙은 갈색을 띄고 있었다. 그래서 산을 다시 둘러보았더니 이 산에는 소나무는 몇 그루 없고 대부분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로 채워져 있었다. 탄닌이 많이 섞여 있는 갈색 물이 맛은 좋지만 여름에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서 고민이 되기는 한다. 일단 확보해 둔 식수가 많이 남아 있으므로 그 물이 떨어지면 계곡물을 받아다 끓여 먹도록 해야겠다. 식수를 확인하고 다시 뚝방으로 돌아 내려오는 길에 엄청나게 많은 산딸기가 열려있는 언덕을 발견했다. 어제는 오디더니 오늘은 산딸기다.ㅎㅎ 아마도 절반은 따서 소쿠리에 담고 절반은 입에 넣은 것 같다. 이가 시큰거리고 배가 빵빵하게 부를 때까지 산딸기를 따먹고 소쿠리로 하나 가득 땄는데도 줄어든 표시도 나지 않는닷. ㅎㅎㅎ 대박이징??? ㅎㅎㅎㅎ 저수지로 올라오면서 어두워지면 훔쳐 먹을 감자밭도 봐두고 왔는데....ㅎㅎㅎㅎ;; 쉽게 산딸기를 따 먹어야 해?  어렵게 산에 올라 복령과 더덕을 찾아야 해? 엉? 재배하는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아랫마을에 뽕나무도 여러 그루 눈에 띄더만... 어쩌지... 뭘 먹어야지?ㅋㅋㅋ 땡볕에 서서 세 시간 정도 산딸기를 땄더니 땀이 나고 끈적거렸다. 감기기운이 아직 남아있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날 그냥 말 수 없지. 여름 휴가철 까진 마음껏 벗어 재낄테닷! 호수의 시원한 물은 30도가 넘는 한 낮의 무더위를 식혀주기에 그만이었다. 호수에서 목욕을 하고 뚝방 안쪽 후미진 곳에 차를 주차시켰다. 오늘밤은 텐트를 치지 않고 차에서 잔다. 내일 산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고 먹을 것이 구해지면 며칠을 머물지 결정하겠다. 얼핏 보기에 잡목이 많고 숲이 우거져 깊은 산으로 들어가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내일은 산세를 파악하고 멀리까지 훑어보며 황악산을 파악해 보도록 하겠다.   금계국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노짱이 죽고 난 이듬해부터 5월이 되면 전국의 길가에 금계국이 만발했다. 이유가 있나? * 일기를 쓰면서 어두워졌는데  처음 들어보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가레 끓는 소리로 '아욱아욱' 그러는데 개도 아니고 수컷 노루 소리는 더더욱 아니고 덩치가 큰 육식동물일 것 같은... 울음소리가 산을 쩌렁쩌렁 울린다.  늑대는 아닐테고 뭐하는 놈이지???  남한에 살고 있는 육식동물은 뭐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