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미니시리즈-<지관 田씨>-4화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아비를 따라 이장하는 묘지에 따라가 보았었다. 무슨 이유로 나를 그곳에 데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 내가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사실, 나는 그 때까지도 아비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묘지 주변에서 뛰어 놀고 삘기를 뽑아 먹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덕 위에서 인부 몇 명이 땅을 파고 있었고 아비는 땅을 파고 들어간 구덩이 위에서 쭈구려 앉아 인부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잠시 후 사람들이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자 아비가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아비가 구덩이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곳으로 달려가 구덩이 안을 내려다보니, 아비는 관 뚜껑을 열고 물에 불어 썩어 있는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인부들은 나를 말려 그 모습을 못 보게 하려고 했으나 아비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괜찮아. 거기 서서 보고 있어.” 본디 시신은 빨리 썩어 흙으로 돌아가야 편안히 잠들 수 있는 것인데 차갑고 습한데다 수맥이 흘러 물이 드는 곳에 묻게 되면 10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불어있기만 한다고 했다. 그렇게 썩지도 못하고 관 안에 들어찬 물 위에 떠다니면 망령이 편안하게 육신을 버리고 떠나지 못하고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귀신이 된다고 했다. “봐라. 묫자리를 잘 못 잡으면 이렇게 썩지 못하고 곯기만 하는 것여.” 염을 하는 삼베는 모두 찢어지거나 풀어져 썩어있었지만 송장은 썩지 않고 불어터져 구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염을 아무리 단단허게 혀도 물 솎으서 불어 터지는 사람 살을 이기던 못허는 것여.” 나는 구덩이 위에 쭈구려 앉아 아비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시신을 추리고, 고인 물 솎을 뒤져 떨어져 나간 손가락뼈와 같은 자잘한 뼈들을 찾아내 정성들여 본래의 모습을 만들어 낸 뒤 다시 삼베로 염을 했다. 주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아비가 송장을 수습하자 다시 인부들은 일이 바빠졌고, 아비는 준비해 둔 물로 손과 발을 씻은 뒤 나를 앞에 세웠다. “죽는 것이 별 것 아니다. 죽으믄 저렇게 암것도 아는 것이 되는 것여. 또한, 죽으믄 아무 소용도 없어지는 것이 사람인게다. 제 몸뚱아리 하나 어쩌지 못혀서 이 애비가 손꾸락 뼉다구까지 하나하나 추려줘야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덜 않더냐. 죽으믄 다 끝나는 것이다. ”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아마도, 아비는 그 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를 그곳으로 데려갔던 모양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 같지만 기억나는 것은 이정도 이야기뿐이다. 왜 그랬을까? 가업을 이어갈 만 한 놈이라 여겼던 것일까, 아니면, 유순하고 허약한 성정이 마땅치 않아서였을까. 여튼, 나는 그 이후로 죽음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주사를 맞아도, 뼈가 부러져도, 연골이 나가도, 누군가에게 쳐 맞아도, 할미가 죽어도. 친구가 죽어도, 아비가 죽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민망하기도 했지만 깊은 내면에는 그날의 기억이 자리 잡아 ‘살아 있는 것은 다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이 죽음과 고통을 바라보는 관념을 만들어냈다. 나는 종종 사람들을 볼 때 그 사람의 늙은 모습을 떠올려 보거나, 죽어 시체가 된 모습을 떠올려 본다. 어쩌면 그 모습이 그 사람의 본 모습일지 모르므로. ------------------------- 아침 늦게 눈이 떠졌고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아니, 몸이 일으켜 지지 않았다. 진안에서 마를 캐고 난 다음날부터 몸이 좋지 않았는데 그 후로 하루도 몸을 가만 놔두질 않아서인지 몸은 내 말을 듣지 않고 텐트 안에 널부러졌다. 조금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오늘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텐트를 걷어야 한다는 강박이 머릿속에서 나뒹굴어 겨우 몸을 일으켜 짐을 정리하고 텐트를 걷었다. 복령도 눈에 선하고 굵직한 마 줄기도 찾아 두었지만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물을 끓여 감기약을 먹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몸이 정상이 아닌데 계룡산에 올라 움막을 찾는 것도 무리일 것 같아 포기하고 인근의 사우나를 검색해 찾아갔다. 길은 대전시 유성구로 향했는데, 유성에 와본지 10년도 넘었을까. 월드컵경기장과 가까운 허허벌판에 세워지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이제는 높은 빌딩이 가득하고 넓은 길에 수많은 차들이 가득해 가슴이 턱턱 막혀올만큼 커다란 도시가 되어 있었다.  네비가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 찾아간 유성온천 내의 사우나에 들어가 온탕에 몸을 담갔지만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어지럽고, 숨이 까빠오더니 기운이 빠지고 졸음이 쏟아져 오는데다 온 몸에 열꽃이 올라 따끔거리기 까지 했다. 온탕에 몸을 담그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비치의자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두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근육통은 조금 풀리는 것도 같았지만 어지러운 것은 여전했다.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와 보니 빗방울이 떨어져 습한 타이어가루 냄새가 코끝으로 몰려왔는데 온도도 30도를 넘겨 숨이 막혀왔다. 최대한 빨리 도심을 벗어나고 싶어 충북 옥천군을 지나 영동군으로 향했다. 영동군으로 가는 길에 복령 꼬챙이로 사용할 만한 것을 찾아 철물점에 들렀다.  어제 찾은 꼬챙이는 철근을 갈아 만든 것이라 감이 둔해 복력을 찾기가 수월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얇고 단단한 쇠꼬챙이에 드라이버 손잡이를 끼워 넣었더니 그럴싸한 복령 꼬챙이가 만들어졌다.ㅎㅎㅎ 옥천군에 있는 철물점을 지나 영동군으로 향하던 중 무주군으로 향하는 샛길로 빠져들었는데 언덕 끝 밤티제에 넓은 공터가 눈에 띄어 차를 주차시켰다. 공터 옆에는 200년 묵은 떡갈나무가 우두커니 서 있는데, 엔트족 어르신께서 오늘밤에 든든하게 나를 지켜 주시려나....ㅎㅎ 오늘은 이 떡갈나무 아래서 하룻밤 묵어가야겠다. 아직도 몸은 정상이 아니다. 내일까지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몸이 가벼워지고 비가 그치면 이곳에서 가까운 대성산과 천태산 능선에서 복령과 더덕을 찾아보아야겠다. 뱀딸기 습하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다 보니 그 주변에서 뱀을 자주 발견했던 모양이다. 해서, 뱀딸기. 어릴 때는 그럭저럭 먹을 만하더니 이제는 왜 이리 맛이 없누? ㅡㅡ;; 아파서 입맛도 잃었나.  여름인가 싶더니 덥고 눅눅한 바람이 불더니 비가 온다.  6월같은 5월이다.  비도 오는데 오늘은 음악 한곡 들어볼까나?? 이 영화 안 봤다면 강추!! 사무엘 잭슨이 가장 멋져 보였던 영화 <BLACK SNAKE MOAN>에서  사무엘 잭슨이 부르는 <Black snake moan> https://www.youtube.com/watch?v=oFkIHsODY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