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 비빔밥의 맛 미니시리즈는 하루 쉽니다. ------------------- 나아군은 밤 11시 30분경 호숫가에 나타났다. 필요한 것이 없냐는 말에 맥주는 사절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 캔맥주 6개와 족발을 사들고 끙끙거리며 뚝방으로 올라서는 것이었다. 어헝~^^ 나아군과는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형처럼, 그렇게, 푸근하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불빛 한 가닥 없는 호숫가 텐트 안에 수컷 둘이 마주 앉아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았는지, 새벽 2시가 가까워서야 나아군은 집으로 돌아갔다. 여행과 음식, 글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돌아가는 길을 배웅하러 나섰을 때 짙은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 반짝거렸다. 반짝거리는 반딧불을 보고 좋아하는 나아군의 목소리는 소년 같았다. (너무 빨아줬나???ㅋㅋㅋ) 서울촌놈...ㅎㅎㅎ 서울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시골 살이 10년차라지만 여전히 닭이 알을 낳는 것, 상추가 자라 올라오는 것, 강아지가 태어나는 것, 반딧불이 반짝거리는 것이 신비롭고 감탄스러운 모양이었다. 나 역시도 짙은 어둠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을 발견하게 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안도감에 빠져든다. 깜빡이는 불빛이 짙은 어둠 안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일까. 나아군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반짝이는 반딧불의 개수를 세어보다 텐트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아침에 일어나 남은 족발을 먹고 산에 올랐다.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산이어서 먹을 것을 구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올랐지만 없어도 뭐가 너무 없는 산이었다. 산 초입에 둥굴레 군락이 형성되어있고, 간혹 눈에 띄는 한입버섯이 죽은 소나무 등걸에 붙어 있는 것과 자잘한 마 순이 고작이었다. 초코송이를 닮은 한입 버섯 밤버섯이라고도 하는데 한입버섯보단 밤버섯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데.... 그 흔한 취나물도 없고, 고사리도 없고, 더덕은 뭐....쩝 ;; 먹을 것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산 중턱에서 발견한 움막은 겨울을 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방법을 찾았다는 생각에서 대단히 고무적이었다. 이 움막은 무속인이 수련을 하기 위해 짓고 생활하다 버리고 떠난 것으로 보였는데,(이곳은 계룡산 자락이 분명하닷!) 아궁이를 만들고 불을 집혀 밥을 해 먹은 흔적도 보였고, 방구들을 만들어 춥지 않게 겨울을 난 것으로도 보였다. 반드시 이곳이 아니더라도 계룡산 자락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버리고 간 움막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나 모레는 산 반대편으로 돌아가 이와 같은 움막이 더 있는지 찾아보고 길을 나서야겠다. 움막 안으로 들어가 내부의 물건들을 뒤적거려 보았더니 목탁, 염주, 징, 북 등을 모두 버리고 떠난 것으로 보아 ‘조까. 씨발 안해’라며 소리지리고 떠나는 얼치기 선무당의 뒷모습이 선하게 그려지는 듯 했다. 쯧쯧 그리고 문 앞에서 이런 막대기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복령을 찾는 쇠꼬챙이가 분명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복령이나 찾고 다녔고만!!’ 얼치기 선무당이 파계를 하고 떠났건 어째건 ‘복령꼬챙이’ 하나를 특템했다. ㅎㅎㅎ ‘이 산에 복령이 있으니 꼬챙이를 만들었을테지.’ 해서, 꼬챙이를 들고 산을 돌아다녀 보았더니, 아닌 게 아니라 이유 없이 죽어 고목이 된 소나무들이 눈에 띄었고 복령을 품고 있을만한 그루터기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곳저곳 쇠꼬챙이로 찔러 복령을 찾아보았지만 오늘은 복령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루터기의 색이나 모양새로 보아 분명 가까운 곳에 복령이 숨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내일은 아마도 복령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복령은 약재로도 사용되지만 식량으로도 매우 훌륭한 가치가 있다. 죽어 5~6년이 지난 소나무 뿌리에서 발견되는데, 소나무뿌리에서 빨아들인 녹말을 축적하고 있어 예전에는 그것으로 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소설<혼불>에도 기록되어 있다. 복령은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일단 발견하게 되면 5kg에서 크게는 20kg 정도까지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식량으로 보았을 때 마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꼬챙이를 보기 전까지는 복령에 대해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꼬챙이를 보는 순간 ‘복령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번득 떠올랐다. 앞으로 마는 살이 빠지는 시기가 다가온다. 뿌리의 영양소를 줄기로 보내 씨앗을 맺기 때문인데, 가을이 되어서야 다시 살을 찌울 테니 여름에는 복령을 찾아 먹어야 할 것이다. 오후 들어 소나무 그루터기 밑에서 복령을 찾고 있을 때 나아군이 집에서 키우던 닭이 낳은 알 5개와 참외를 들고 찾아왔다. 그 자리에서 참외 하나를 베어 먹고, 나아군에게 둥굴레가 있는 자리와 한입버섯이 있는 자리, 마가 자라난 위치를 짚어주고, 산에서 캐온 마와 둥굴레, 더덕, 취나물을 들려주었다. 일 하다 먹으니깐 꿀맛이더란...ㅎ 나아군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함께 마을로 내려가 보았더니 죽순과 미나리가 눈에 띄어 끊어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죽순이고, 계란도 얻었으니 밥을 지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죽순과 미나리를 데쳐 양파와 함께 볶고 조개젓으로 간을 했더니 감칠맛이 돌았다. 지은 밥에 계란을 얹어 익히고 볶은 나물에 밥을 비볐다. 참기름도 없고 고추장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비빔밥에서 죽순의 향과 계란의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비빔밥에서 각각의 재료의 맛이 명확히 느끼는 것은 어려운데 향신료와 장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죽순과 미나리의 향긋함과 양파의 달콤함과 고소함, 계란의 고소한 맛, 밥의 비릿한 맛과 조개젓의 감칠맛이 모두 느껴지는 비빔밥.  특별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