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 산행 이제는 새벽 5시만 되어도 날이 밝다. 새벽 어스름에는 구름이 끼어서 어스름 한 것인지, 날이 밝지 않아서 어스름 한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운데, 날이 다 밝지 않아 그러겠거니 하며 떡과 밤, 쑥, 말려두었던 조개를 꺼내 밖에 널어 두고 어제 보았던 둥굴레를 캐러 갔다. 땅속에는 생각보다 굵직한 둥굴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둥굴레를 캐고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져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어제는 발견하지 못한 작은 오솔길이 저수지 옆으로 나 있어서 그 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곳저곳에 어린 둥굴레 싹이 눈에 띄더니 산 안쪽에서 둥굴레 군락을 발견하게 되었다.  둥굴레 이만큼이면 1년동안 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잔뿌리를 떼어 내고 한소쿰 쪄서 잘 말려두면 1년 내내 구수한 둥굴레차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뭔가 잘 풀려간다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둥굴레를 양껏 캣는데도 둥굴레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발길을 옮겨 서쪽 산으로 오르는데 저수지로 흘러드는 계곡이 눈에 띄었다. 물이 맑았고 맛도 좋았다. 텐트에서 500여미터 떨어진 곳이어서 식수가 떨어지면 이 물을 떠다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을 지나 산을 올랐다. 산에는 흙이 없고 바위로 이루어진 구간들이 많았다. 지리산에나 고흥의 산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고사리나 취나물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둥굴레는 어딜가나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산에선 보기 힘든 둥굴레는 많은데 어찌된 게 나물 찾기는 이리도 어려운지...’ 산 중턱으로 발길을 옮기자 조릿대가 가득 자라나 있었는데 그 사이로 짐승들의 길이 나 있어서 그 길을 따라 산능성이로 올라설 수 있었다. 짐승들이 낸 길이라 허리를 굽히고 다녀야 한다.  두 발로 걷는 짐승이 다닐만한 길은 아니었다. ;; 산능선으로 올라서자 그곳은 파란 풀밭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주변에서 더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덕의 주름으로 보아서는 수령이 5년 이상 되어보였지만 돌 틈에서 겨우겨우 목숨 부지하고 살아낸 것들이라 그런지 크기가 매우 작았다. 크기는 작았지만 향은 매우 강해서 가방 안에 넣어둔 더덕향이 산을 타는 내내 코끝에서 팔랑거렸다. 더덕 스무 개 정도를 찾고 산을 넘어 반대편 산으로 넘어설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널어놓은 밤이나 쑥은 젖어도 상관없지만 떡과 조개가 비에 젖으면 상할 수도 있어서 다급하게 산을 내려왔다. 나물과 더덕을 찾느라 얼마나 멀리 왔는지 짐작할 수 없었는데 하산하는 시간만 30분이 넘게 걸린 것을 보면 생각보다 멀리까지 산을 오른 모양이었다. 뛰다시피 해서 텐트로 돌아왔지만 널어놓았던 것들이 모두 비에 젖어 있었고 떡은 빗물에 퉁퉁 불어있기까지 했다. 어쩌겠나 비에 젖은 것을.... 밤, 조개, 떡은 차에 들이고 쑥은 차 바닥으로 밀어 넣고 나도 비를 피해 텐트로 들어갔다. 타닥타닥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어인 잠이 그리 쏟아졌을까. 아침 10시가 조금 넘어 잠들어 1시를 조금 넘겨 눈을 떠보니 굵은 빗방울은 잦아들고 가는비가 수면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30분쯤 기다리자 가는 비도 그쳐 떡과 조개를 밖에 널어 말렸는데, 떡에서 쉰내가 나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그대로 널어 두고 다시 산을 올랐다. 비는 그쳤지만 나뭇잎과 풀에 떨어진 빗물은 마르지 않았기 때문에 우의를 입고 장화를 신었는데, 금세 땀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화를 가져올걸....;;’ 몸은 땀이 차고 열이 식지 않아 우의도 벗어서 가방에 넣고 산을 옮겨 다니며 더덕과 산나물을 캤지만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울창한 숲이지만 온통 바위투덩이라 높은 나무들만 깊이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루었을 뿐 산채들은 쉽게 발 부치기 어려운 땅이었다. 먹을 것은 그리 많이 구하지 못했지만 숲의 정취는 매우 근사했다. 검은 참나무 숲을 넘어가면 하얀 자작나무 숲이 있다네 울창한 초록 숲이 있고 그 숲을 지나면 조랫대가 가득한 대숲이 펼쳐지는가하면 대숲을 지나 능성 반대편으로 넘어서자 하얀 자작나무 숲이 근사하게 펼쳐졌다. 산은 하나인데 숲의 모양과 색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자작나무숲을 지나 산 반대편으로 넘어갔더니 우산나물 군락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산나물이 분명해 보이기는 했지만 삿갓나물(독성이 있다)과 구별하는 방법을 몰라 그냥 두고 돌아왔다. 산속이라 전화기가 먹통이라 구글신에게 물어볼 방법이 없었다. 내일 다시 산에 올라 발견하면 뜯어다 취나물처럼 말려두면 겨울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텐데, 그 곳을 다시 찾아 갈 수 있을지.... 게다가, 우산나물이 자라는 조건은 산삼과 같아서 우산나물 군락지 주변에서 산삼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데....흠.... 목숨 걸고 찾아나서야 하나??? 호호혹시 산삼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쩌지? 먹어야 하나 팔아야 하나??? 응??? 몇 시간 산을 돌아다니지 않은 것 같았는데 오후 6시가 가까워 다시 산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취나물 몇 줄기와 단풍취를 뜯었다. 떡쌈을 해 먹으려는 심산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밤 떡을 그대로 두면 쉬어 터지고 말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단풍취 텐트로 돌아와 호숫물에 더덕과 둥굴레, 산채를 씻었다. 산채를 씻으며 더덕잎도 함께 씻었는데, 더덕잎은 쌈으로 먹기에 아주 좋은 산채 중 하나이다. 향긋하게 더덕향도 느껴지고 식감도 부드러워 쌈을 쌀 때 함께 넣어 싸먹기 좋다. 후라이팬에 구운 떡에 산장에서 얻은 장아찌를 얹고 자잘한 더덕을 얹어 쌈을 싸 먹었다. 밥으로 싸먹는 쌈도 맛있지만 이렇게 떡을 구워 쌈을 싸 먹으니 쫄깃한 떡과 아삭한 산채의 맛이 잘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향긋한 더덕의 맛이 입안에 오랫동안 남아 기분 좋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마늘이나 고추를 얹어 먹는 것 보다 더덕을 얹어 먹는 것이 더욱 맛도 좋고 입맛을 살려주는 것 같았다. 쌈밥에 마늘 대신 더덕을 얹어 드셔보시라. 강추!! 밥을 먹고 해지는 서쪽 하늘을 보았더니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만 살포시 걸려있었다. 내일은 도시락을 싸들고 깊은 산에 다녀와야겠다. 오늘 밤은 아비의 기일이고 내일 아침은 어미의 생일이다. 아비는 7년 전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투병하다 엄마의 생일날 유명을 달리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다 그만두었다. 산에서 밥을 벌어 식구들을 먹여 살렸던 아비에 대한 이야기는 내일 산을 다녀와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오늘밤은 해지던 서쪽산을 바라보고 큰 절 두 번 하고 자야겠다. ‘내일 새벽에 나랑 산이나 오르십시다.’ 큰꽃으아리 영구읍다 형에게 바칩니다. ^^ 말을 조금 다르지만 어감이 비슷하므로ㅎㅎㅎ ...음... 큰꽃 으아~~리 ㅋㅋㅋ 오늘도 하나 더  달팽이 ㅎㅎ 난 살다살다 이렇게 큰 달팽이는 처음 봄.  커다란 굴참나무 등걸로 기어가는 놈을 잡아오긴 했는데 아무리 크다해도 달팽이 한 마리. 쩝.  먹어봐야 똥으로도 안나옴. ㅎㅎ 사진만 찍고 방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