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 然 마를 산속에서 나는 장어라 하였던가? 마나 캐 먹고 살던 서동이 일국의 공주와 정분을 통하고 선화공주를 뻑가게 만들어 순금 한 말을 주저 없이 내 놓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신묘하고도 절묘한 마의 기운 덕분이지 않았을까....쩝... 흐흐;; 어스름한 새벽 눈이 떠졌을 때 지리산의 모든 정기 내 몸에 뻗치는 듯하얏으나 곤히 잠든 그녀를 깨울 만큼 다급하지는 아니하야 조용히 들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을 제 산중의 새벽바람 불기둥을 잠재우니 내딛는 발걸음 어찌 가뱝지 아니할꼬. 그른데... 말하기 부끄럽지만, 이러고 ‘에헴’ 하며 밖으로 나섰을 때 산장에서 키우던 불랙탄 진돗개가 개집에서 슬며시 기어 나오고 있었다. 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지도 않고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어 ‘말 잘 듣고 순한 개인 모양이다’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가 목을 만져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는 찰나에 눈빛이 변하더니 나를 물었다. ;;; 개들의 저승사자 노릇은 수없이 많이 해 보았어도 평생 개한테 물려보기는 처음이었다. 얼굴을 할키는 이빨을 피해 뒤로 물러섰더니 팔을 물고 고개를 내둘렀다. 평소 같았으면 삽이건 장작개비건 손에 잡해는 것으로 대갈빡을 후려갈겼을 테지만, 그녀를 옆에 두고 그럴 수야 있겠는가...;;; 다행이 상처는 깊지 않고 얼굴에 난 상처도 나무에 긁힌 수준이어서 개와의 신경전은 그만두고 산으로 올랐다. 어느 날 지리산자락에서 개 잃어 버렸다는 소식을 접하거들랑 내 뱃속에서 고이 잠들었겠거니 생각들 하시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개잡는 다양한 방법을 몸소 체득한 베테랑 개백정. 가을에 다시 찾을 터이니 밥 잘 먹고 여름만 무사히 넘기도록 하여라. 쩝;;; 가까운 산자락에 올라보았더니 개울가에는 돌나물이 가득했고 산 중턱에는 취나물과 곰취, 머위가 가득 피어나 있었다. 이제 곰취가 올라오는 계절이 된 모양이었다. ‘오늘 아침은 쌈밥’이다 생각하고 이런저런 산나물을 뜯어 방으로 들어와 개수대에 담가 두고 그녀 옆에 다시 머리를 눕혔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7시를 조금 넘겨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도 눈을 떴다. 밥을 짓고 나물을 씻어 그릇에 담아 아침밥을 차렸다. 신선하고 향기로운 산체의 맛이 좋았던지 그녀도 흐뭇하게 아침밥술을 들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밥을 지어 점심 도시락을 쌌다. 그녀가 가지고 온 스펨과 후리가케를 넣어 주먹밥을 만들고 쑥차를 우려내 보온병에 담았다. 어제 오르지 못한 노고단을 다시 찾기 위해서였다. 도시락을 싸고 짐을 정리한 뒤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산장을 나서는데 진돗개가 의기양양하게 나를 노려보며 짖어댔다. ‘오냐오냐. 또 보자.응?!!’ 성삼재에서 노고단에 오르는 길은 매우 수월했다. 시멘트 포장이 된 차도가 노고단 정상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산을 오른 다기 보다는 산책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왜 길을 막고 출입을 통제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노고단에서 시작되는 지리산 종주코스의 진출입로에는 또 다른 통제소가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초장부터 길을 막고 안전을 강조할 것까지야... 아무리 수월하게 오른 노고단일지라도 그 빼어난 풍광의 아름다움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웅장하게 솟아 오른 이름난 봉우리들 아래로 섬진강이 내려다보이고, 다양한 초록빛이 반짝거리는 산 능성들이 현기증을 일으키는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오르는 길목 곳곳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 곳에서 발을 담그기도 하고 도시락을 까먹기도 하며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노고단 휴게소로 내려와 도시락을 꺼내 먹고 쑥차를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해질 무렵이 되어서 섬진강가로 내려와 캠핑을 준비했다. 강가에 텐트를 편 뒤 수대를 들고 강으로 나가 다슬기와 재첩을 잡았지만 전날 내린 비에 강물이 불어 많은 양의 재첩과 다슬기를 잡을 수는 없었다. 잡은 재첩과 다슬기는 수대에 담아 해감을 시키고 밥을 짓고 떡을 구워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고 강가로 나가 해질 무렵까지 물수제비를 떴다. 그녀는 아직까지 물수제비를 성공시켜 본적이 없다고 했는데, 납작한 돌을 골라 손에 쥐어주고 자세와 방법을 알려주자 곧잘 물수제비를 뜰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 마을 저수지에서 처음 물수제비를 성공시킨 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내가 던진 돌이 물 위를 떠가 여러 개의 동심원을 그려내던 것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던 그날의 기분을 그녀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어깨가 아플 때까지 계속해서 돌을 던졌고 나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납작하고 가벼운 돌을 주워 모아 그녀의 손에 들려주었다. 해가 지고 어스름해졌을 무렵 그녀는 강물에 세수를 하고 머리를 풀어 적셨다. 강물에 머리감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섹시하고도 야릇한데다 근사해보이기까지 했다. 유유히 흐르는 저녁강에 발을 들이고 머리를 풀어 강물에 적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녀는 강물에 머리를 감고 나는 옷을 벗고 강물로 들어갔다. 어둠이 내려앉은 강물로 몸을 들이는 일은 어쩐지 두렵기도 했지만 몸을 훑고 흘러가는 강물이 전하는, 애무와도 비슷한,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온 몸을 휘어 감는 야릇한 느낌은 그녀의 머리감는 모습과 하나가 되어 차가운 물속에서도 발기하게 만들었다. 더욱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온 몸을 강물 깊은 곳으로 밀어 넣어 헤엄치고,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수면 밖으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물이 조금만 더 따뜻해서 그녀와 함께 강에 몸을 담글 수 있었더라면... 아직 강물이 차가워 몸이 오소소 떨려오기 시작해 강 밖으로 나왔지만 온 몸이 느꼈던 부드러운 강물의 흐름은 오랫동안 몸에 남아 나풀거렸다. 물기를 닦고 옷을 입었을 때 강가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풀밭이 빼곡한 언덕을 지나야 텐트에 이를 수 있었기에 그녀를 등에 업었다. 따뜻하고 뭉클한 그녀의 가슴이 내 등에 닿았다. 그녀는 내 목을 끌어안고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만큼 행복하다면 얼마든지 너를 내 등에 지고 가리라. 이만큼 행복하다면 얼마든지 나의 체온을 너에게 전하리라. 갠지스강에 몸을 적시는 인도사람들의 마음이 이러할까. 개운함을 넘어 흐트러졌던 마음을 물빗으로 빗질해 가지런해 진 느낌이 전해졌다. 흐트러졌으나 가지런하게 나풀거리는, 물살에 흔들거히는 물풀처럼 서로의 몸을 탐하다 잠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