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강아지 이야기 예전에 독투에 썼던 글. 생각난 김에 300에 올려 놓는다.     어릴 때 집에서 개를 키웠었다 .  처음에 키운 개는 온몸이 새하얀 스피츠 순종이었는데 , 대를 거듭할수록 잡종과 섞여 3 대쯤 되었을 때는 얼룩이가 되어 버렸다 .  당시에는 동물병원에 가서 돈을 주고 같은 종끼리 교배를 한다든가 하는 환경이 아니었고 , 신경 쓴다고 해봐야 그저 동네에 있는 개 중에서 비슷한 종끼리 접을 붙이는 정도였고 , 아니면 암내 난 개가 식구들 모르게 집을 나가서 어느 수캐와 교미를 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새끼를 낳고는 했기 때문에 점점 똥개가 되어갔던 것이다 .    무녀리가 태어난 것이 그때 즈음이다 .  무녀리는 여러 마리 새끼 중에서도 유독 볼품이 없었고 얼룩덜룩한 정도가 심했다 .  생후 1 개월쯤 되어 다른 강아지들은 친척집으로 동네 이웃집으로 모두 분양되었지만 , 무녀리만큼은 원하는 집이 없어서 그냥 남게 되었다 .  또 무녀리를 낳은 생모가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새끼를 낳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   슬슬 대를 이을 후계자를 키울 때가 되기도 했었다 .  이른바 “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 는 격이 된 것이다 .   무녀리는 여러 새끼 중에 제일 비실비실하다고 해서 무녀리라고 이름이 지어졌는데 , 다른 이름으로 찌질이로 불리기도 했다 .  다른 새끼들에 비해 덩치도 작고 몸도 약해서 식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주 안아주고 우유도 먹여주고는 했는데 ,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람 손을 많이 탄 것이 무녀리의 버릇을 나쁘게 만든 원인이 된 듯 하다 .   무녀리는 점점 커가면서 이런 저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  가장 먼저 일으킨 문제는 이것 저것 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이빨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가리가 근질근질했는지 현관에 놓인 쓰레빠라는 쓰레빠는 전부 물어다가 갈기갈기 찢어놓기 일쑤였다 .  쓰레빠 정도면 괜찮겠는데 한번은 아버지 구두를 물어 뜯어서 아침 출근길의 아버지를 난감하게 하기도 했다 .  그리고 그런 자기 행동이 발각되기라도 하면 , 평소에 꼬리를 흔들며 달라붙던 모습은 간데 없고 , 개집에 들어앉아 찍소리도 내지 않고 시침을 떼고는 했다 .   무녀리의 두 번째 문제는 아무거나 줏어 먹는 거였다 .  태어났을 때의 비실비실함을 식구들의 관심으로 극복하고 난 이후 , 무녀리는 유독 식탐이 강했다 .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 먹지 못하는 것도 무조건 입에 넣고 보는 버릇이 있어 , 흙도 파 먹고 , 조그만 돌멩이도 삼키고 , 쓰레기통을 뒤져 나무젓가락 같은 것도 씹어먹고는 했다 . 사람 똥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 가끔은 자기가 싸놓은 똥을 먹기까지 했다 .  그리고 , 당연한 결과로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해서 툭하면 여기저기 물찌똥을 싸 갈기고는 했다 . 그때마다 어머니는 그 똥을 치우면서 무녀리에게 , “ 아니 , 이 개새끼가 뭘 처먹었길래 이렇게 아무데나 물찌똥을 싸 갈겨 ?” 하면서 욕을 퍼붓고는 했다 .   그런 무녀리도 중캐 가까이 크면서는 자기 영역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  마당 여기저기에 다리를 번쩍 들고 오줌을 싸는 것으로도 모자라 , 군데군데 똥을 싸 놓기도 했다 .  그리고 하루 종일 짖어댔다 .  낮에도 옆집 문이 열리기라도 하면 일단 짖고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 뒷집 아저씨가 퇴근길에 우리집 앞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자지러지게 짖어대고는 했다 . 매일 보는 동네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단 우리식구가 아니면 대상을 불문하고 짖고 보았다 .  밤에도 동네에서 어느 집 문 열리는 소리만 나도 , 지나가는 사람 말 소리만 들려도 , 무턱대고 짖어대는 통에 ,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다는 민원도 많이 들어야 했다 .   무녀리는 점점 버릇이 나빠져갔다 .  밥을 주면 어미를 제치고 자기가 먼저 먹기 시작했다 . 어미가 으르렁대면 콧등에 주름을 잡고 , 이빨을 드러내며 , 갈기털을 세워 맞대거리했고 ,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늙은 어미개는 점차 무녀리에게 힘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  무시로 현관 안까지 들어와서 마루에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어떤 날은 안방에까지 들어와서 네활개를 펴고 누워 있다가 내가 , “ 아니 이런 찌질이 개새끼가 어디 들어와서 자빠져 있어 ?” 하고 소리지르면서 발로 걷어차는 흉내를 내자 마지못해 으르렁대면서 바깥으로 나가기도 했다 . 현관 문만 열리면 자꾸 마루로 올라오는 무녀리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한여름에도 현관문을 닫고 지내야만 했다 .  저녁에 군것질이라도 할라치면 빵 봉지 뜯는 바스락 소리만 나도 창문 밑에 와서 앞발로 창문을 두들기며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는 했다 . 그 끙끙대는 소리는 마치 , “ 왜 니들만 처먹고 나는 안 주는 거냐 ?” 라고 말하는 듯 했기 때문에 , 우리는 과자봉지를 뜯을 때도 소리 안 나게 이불 속에서 뜯어야 했다 .   또 , 어쩌다 대문이 열려있기라도 하면 어느새 뛰쳐나갔는지 동네 개들하고 싸움을 하고 , 만만해 보이는 아이들을 물려고 덤벼 들었다 .  다른 개들하고 싸움을 할 때 , 무녀리는 일단 엉거주춤한 자세로 똥을 싸고는 그 똥 위에서 뒹굴뒹굴 자기 몸에 똥을 묻히고 나서 덤벼들었기 때문에 , 그 포악함에 기가 질렸는지 무녀리보다 훨씬 덩치도 크고 사나운 개들까지 슬슬 피하게 되었다 .  속담에 “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 라는 말도 있지만 , 무녀리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  기고만장해진 무녀리는 이제 동네 개 뿐만 아니라 옆 동네 개들에게도 시비를 걸었고 , “ 사나운 개 콧등 아물 날 없다 ” 는 속담처럼 , 온 몸에 상처를 달고 살았다 .   무녀리의 공격성은 같은 개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 움직이는 모든 주위의 사물로 확대되었다 . 집에서 기르던 병아리를 물어 죽인 것을 시작으로 어떤 때는 자기가 고양이도 아니면서 쥐를 잡아서 마당에 던져놓아 식구들을 놀래키기도 했다 .  한번은 참새를 몰아서 물어 죽인 다음에 털을 갈가리 뽑아 놓기도 했으며 , 하루는 죽은 고양이 새끼를 물고 오기도 했다 . 그때의 무녀리는 마치 “ 이종격투기 대회 우승자 ” 와 같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 털이 군데군데 빠져있고 , 사체가 이미 부패하기 시작한 걸로 봐서 그 고양이는 죽은 지 며칠 지난 것 같았다 .   그래도 어머니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무녀리 편이었다 .  물찌똥을 치울 때마다 욕을 퍼붓기는 했지만 , 꼬박꼬박 밥을 챙겨 주었고 , “ 그래도 저것도 생명인데 …” 하면서 안쓰러워하셨다 .  그랬던 어머니마저 무녀리를 내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 무녀리가 아버지를 물었던 것이다 .   사건의 발단은 , 해장똥을 먹고 있던 무녀리가 아침 출근길의 아버지에게 제 딴에 귀여운 짓이라고 꼬리를 흔들며 앞발을 들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달라는 제스처로 접근한 것인데 , 똥 묻은 입으로 다가오는 무녀리에 놀라 아버지가 손사래를 치며 물러나다가 구둣발로 무녀리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말았다 .  깨갱거리며 물러났던 무녀리는 그날 밤에 얼근하게 취해 과자봉지를 들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의 발꿈치를 깨물고 도망갔다 . 술에 취한 데다가 과자봉지가 가로걸려 손을 짚지 못하고 정통으로 시멘트 바닥에 얼굴을 부딪힌 아버지는 코가 깨졌다 .  “ 기르던 개에게 발뒤꿈치를 물린다 ” 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사건이었다 .   독실한 불교신자인 부모님은 평소에 우리 형제들이 무녀리를 팔아버리자고 말씀 드려도 , “ 우리가 개장수한테 팔아 봐라 . 무녀리가 어디로 가겠니 ? 보나마나 보신탕집으로 갈 거 아니냐 ?” 라는 말씀으로 일관하셨었는데 , 그날만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아버지가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 , “ 내 이 놈의 개새끼를 그냥 확 …” 하시는 바람에 식구들이 말리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었다 .   그렇게 도망간 무녀리는 차츰 집에 안 들어오고 옆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  옆집에는 노파 혼자 살고 있었는데 , 이 노파는 약간 맛이 간 사람이었다 .  그 노파는 동네 아무 집이나 불쑥불쑥 들어가서 밥을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 정신이 온전치 않고 , 자식도 없이 혼자 사는 노인네가 불쌍해서 동네 사람들은 밥상머리에 자리를 좁혀 겸상을 하기도 했고 , 찬밥 한 덩어리에 먹다 남은 반찬을 얹어서 주기도 했다 .  노파는 그걸 자기가 먹기도 하고 무녀리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   무녀리가 집에 들어오지 않게 된 이후로 한동안 집안에는 평화가 감돌았다 .  이제 더 이상 개한테 물린 아이의 부모에게 치료비를 물어주지 않아도 되었고 , 어머니도 무녀리의 물찌똥을 치우는 고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러던 어느 날 , 옆집 노파가 우리집에 들렀다 .  여느 때처럼 밥을 얻으러 온 줄 알고 , 부엌을 뒤지고 있는데 , 마루에 엉덩이를 붙인 노파가 혼잣말 비슷하게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  “ 아니 그 개새끼가 말여 . 개도 사흘만 밥을 주면 주인을 알아본다는데 , 글쎄 내가 고뿔이 심해서 한 이틀 암것도 못 먹고 누워 있다가 열이 좀 내린 듯 싶어서 , 물이라도 마시려고 마당에 내려서는데 , 어디서 나타났는지 비호같이 달려들어서 내 다리를 물고는 아주 그냥 쏜살같이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치지 않았겠어 .” 하는 푸념이었다 .  옆에서 그 말을 듣던 어머니는 , “ 그러게 왜 그 개 같지도 않은 종자를 밥을 주고 그랬어요 ?” 라며 맞장구를 치고 계셨다 .   그 뒤로 무녀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  어떤 이는 쥐약을 먹고 뻐드러진 무녀리를 길가에서 봤다고 하기도 하고 , 개장수 올무에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  그리고 , 그 이후로 우리 집은 더 이상 개를 기르지 않게 되었다 .